같은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이 지구 어딘가에 존재한다. 카페에 앉아있는 누군가에게 다가가 “어떤 라디오를 들으세요?”하고 물으면 암호명을 대듯 속삭이며 대답해 줄 것만 같다. 가끔 궁금하다. 실시간으로 우린 정말 같은 노래를 듣고 있는 걸까.
라디오에서 나오는 선율이 작은 방 안에 가득 찰 때 같이 듣는 사람들이 있어서 음의 무게가 실리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혼자 듣는 음악이 공기 중에 흩어질 듯이 느껴질 때면 더욱 그렇다.
한 번은 라디오에 사연과 신청곡이 소개된 적이 있다. 디제이가 또박또박 읽어주는 내 이름이 생경하게 들리자, 얼굴이 뜨거워졌다. 지구에 사는 이들 중에 한 사람이 여기 있다고 인증 도장을 받은 느낌. 다시 듣기로 그 구간을 녹음해 놓고는 한참을 반복했다. 꾹- 마음에 새겨진 순간이었다.
시는 무엇일까. 시는 라디오와 닮았다. 한 마디를 건네오고 조심스레 꺼낸 문장에 자그마한 손을 얹어준다. 낯설고 용기가 필요하지만 분명 반가운 것.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 같이 살아가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라디오를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다. 오늘은 오랜만에 유튜브가 아닌 라디오를 켜놓고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