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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안에게

영화 <폭설>

by 오옐


나뭇잎에 서리가 앉아

이대로 두면 또각또각 부서져

어째서 밟힌 눈은 덮이지 않나

발자국을 지워내고 싶었는데

그대로 이정표가 되었네

다시 눈이 내린다

고개를 들어 빼곡히 내민 얼굴

하얀 입김이 반갑게도 내게 불어온다

타는 모닥불 앞에 앉아 얌전히

춤을 추는 아지랑이 꼬박 잠이 들면

다시 눈이 내린다

지치지도 않고 떠밀어 오는 파도

흩어지는 무수히 떨어지는 눈을 삼켜서

반짝이는 윤슬과

살갗에 닿은 유일한 따뜻함

너의 손을 맞잡고

알알이 박힌 파도 위를 헤엄친다

눈은 한참이나 여기에 쌓여서

아무것도 찾을 수 없게 뒤덮일 수 있게

다시 눈이 내린다


영화 <폭설>을 보고 설이가 하고 싶은 말을 상상하며 써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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