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입니다.
새해라고 하기에 1월의 절반 이상이 지나갔지만,
오늘은 설날이랍니다. 분주한 아침, 느긋한 아침
모든 집마다 오늘 아침들은 제각각이겠지요.
그래도 오늘 모두가 한 마디씩은 으레 하게 되는 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 저의 아침은 윤상님의 라디오와 같이 시작했습니다. 라디오를 켜자마자 ‘자신의 몸에 좋은 것을 먹고 입히고 스트레스가 쌓인 날에는 더욱더 자신의 몸을 살피라’는 강연을 들었어요. 일어나자마자 빼빼로와 견과류를 꺼내와서 라테를 마시는 제 모습이 머쓱해졌습니다. 실제 생일보다 이르게 등록된 민증 날짜 덕분에, 설날 아침 생일 축하한다는 알림이 도착했네요. 떡국을 먹지 않아도 한 살이 늘어났음을 빠짐없이 이렇게 축하해 주네요. 새 다이어리를 오늘부터 열심히 써야지, 꼭 운동해야지- 작심며칠이 될지 모르는 계획을 세우게 되기도 하고요. 이렇게 적고 나니 꽤 분주했던 아침인걸요.
요즘 사건사고들의 뉴스를 보며, 이전에 수강했던 오일파스텔 그림 수업이 떠올랐어요. 3주 차 수업이 시작할 때였는데 수업 강사분이 오시지 않자 저희는 오늘 날짜를 잘 못 알고 있었나 다시 확인한 후 한참을 있었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분이 먼 여행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비가 많이 오던 날에 휘어진 우산을 들고 돌아가는 저를 걱정하던 모습이 선명하게 남은, 아주 잠깐의 인사를 나눴던 기억이 오래도록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짧게 마무리될 만남이었단 걸 알았다면 좀 더 용기를 내서 말을 걸어볼 걸 그랬어요.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사실 그때의 모임이 절박한 하나의 일정이었거든요. 비가 오는 날, 우산 없냐고 물어보셨던 뒤집어진 우산을 버리고 새로 사면 된다고 약간 바보같이 웃었던 내 모습. 짧은 만남이었지만 저는 그 모임 이후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어요. 막다른 길이라고 느꼈을 때, 마침 그 기회를 열어주셔서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어요. 이 말을 오래 간직하고 있을게요.
우리는 매일 인사를 나누며 마지막일지도 모를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져요. 아쉬움이 남지 않는 헤어짐은 없겠지요. 잘 인사하는 법. 그런 매뉴얼이 있다면 좋겠다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다 보니 라디오에는 정오의 희망곡이 시작할 시간이네요. 연휴를 부디 건강하게, 반가운 인사가 오고 가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