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오래된 건물 안에 조금씩 새것으로 바꾼 것들이 낯설게 엉켜있다. 건물 공사로 인해 큰 비닐을 에워싼 정문에 들어선다. 그 공사가 어떤 것을 하는 건지 듣기는 했는데, 정확히는 뭘 고치는 공사인지 모르겠다. 얘기는 들었지만 분명하게 말을 해 준 적도, 분명하게 들은 적도 없는 것 같았다. 명확히 적으려 했던 노트를 한 장 넘기며 쓰이지 않은 종이의 여백이 무안해졌다. 그러면서도 빼곡히 노트를 채운 듯 왜 마음엔 빈틈이 없는지. 짧은 대화를 나눴지만 수많은 소리를 들은 것처럼 귀가 먹먹해져 괜히 헛기침을 뱉었다. 하루 일기장의 마침표를 찍으며 머릿속으로는 말 줄임표 혹은 의문으로 맺을 때면 ‘누가 그랬어. 일기 쓰는 게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순 뻥쟁이.’하며 괜히 원망스럽다. 어떤 글은 그럴 수도 있다.
스텔라장의 새 앨범이 나왔다.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빌런’같이 씁쓸해지는 키워드에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게 하는 가수. 이번 앨범에도 ’ 예뻐라 슬픔아‘라는 노래를 듣고 역시나 참 좋다고 생각했다. 버스 안에서 들으면 왠지 프랑스에 있는 듯하다. 안 가봤지만 그런 느낌일 듯해. 핸드폰만 하고 있는 사람들을 태우고 가는 버스에서 잠시 상상해 본다. 하이, 헬로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대화하는 아침은 조금 따스하려나. 근데 스페인에서도 퇴근시간 만원 버스에서 알 수 없는 말(욕인 것 같았다)을 고래고래 외치는 사람도 있더라.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해. 거짓말의 요정이 걸어놓은 1일의 주문이 이제 풀렸으면 좋겠다. 그건 착한 거짓말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