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던 그 저녁에 나는 몹시 날고 싶었지
별이 맑은 하늘을 향해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없는 그런 밤의 하늘 속으로
하늘로 멀리 솟구쳐 날아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 <전람회> 하늘높이 가사 중 -
이제는 연예란의 부고 기사를 듣는 것이 너무나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숱한 기사들 가운데서 클릭 한 번이면 빠르게 지나친다. 믿을 수 없이.
2008년 카니발 콘서트에서 전람회의 노래를 들었던 순간은 나에게 오랜 자랑이자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깔끔한 정장차림을 하고 어색한 듯 무대에 등장해 ‘그녀를 잡아요’를 부르던 서동욱. 그가 게스트로 나올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기에 객석에서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팬들의 마음을 아는 듯 이 친구를 설득하는데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며 뿌듯함을 한껏 안고 기쁜 표정으로 노래하던 이적과 김동률의 모습이 생생하다. 어린 시절, 언니가 듣고 있던 전람회 2집 테이프가 생각난다. 그때의 나는 SM의 반짝이는 홀로그램 스티커가 붙여있는 아이돌 앨범을 사느라 바빴기에 대학에 가고 난 뒤, 김동률의 음악에 빠지면서부터 전람회의 노래를 찾아 듣게 되었다. (지금 보면 그때 언니가 듣던 박정현, 베이시스, 조규찬 등 앨범에 나의 최애 노래들이 담겨있다.) 대학가요제 대상곡 '꿈속에서', 언젠가 나도 이런 가사를 꼭 써야지 했던 '하늘 높이', 그냥 이유 없이 제목이 마음에 들었던 ‘그대가 너무 많은'. 그 외에도 많은 전람회의 노래가 어릴 적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왔겠지. 2집 테이프를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쉽다.
항상 이맘때쯤이면 입버릇처럼 자동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아." 점점 나이에 속도가 붙어서일까. 예전 기억을 떠올리고 추억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태엽을 감듯 되새겨놓는다.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오래된 사진을 보거나, 늘 하던 이야기지만 처음 하는 이야기처럼 예전 그때를 말하거나. 그렇지만 나의 기나긴 시간의 배경음악이 되어주었던 가수를 떠나보내는 건 하나도 익숙하지 않아 지겠지. 예전에 ‘하늘높이'와 '새'를 들으며 적었던 글과 함께 그에게 인사를 남겨본다.
밤, 깊은 밤 늘 그곳에서 노래하고 있던 그대와 같이 검은색 연필은
펄 빛 담아 빛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