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낯가림

by 오옐


수저를 들고 먹을까 말까 머뭇거리다

한 입도 뜨기 전에 이미 맛없어진 반찬

양껏 양을 담으면

그건 당신과 내가 편해졌다는 증거

긴긴 설득 끝에 겨우 한입 입 안에 넣고

새 단어를 익히듯 꼭꼭 씹어 삼킨다


예고 없이 거리의 노래처럼 다가와

취향이라는 허물어지기 쉬운

성에 들어오는 건 찰나

적당한 휴식과 잠옷으로 무장해도

어쩐지 편하지 않은 밤


처음 듣는 노래와 처음 보는 영화

낯을 가리는 사이 소멸될까

서투른 마음이 앞서

모르는 것이 늘어만 가는 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 커피 맛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