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18세

2025년 5월 9일. 금요일. 비가 많이 내리던 날

by 오늘윤

"오ㅇㅇ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18살이요"



"지금 계절이 어떻게 되죠?"


"가을이요"



"여기 지역이 어디에요?"


"서울이요"



"지금 계신 병원 이름이 뭐죠?"


"하나원 병원이요"



어쩜...뭐 하나 맞는게 없다.


아빠는 치매 검사 질문에 정답을 하나하나 잘도 피해갔다.


"정확한 등급이 나올때까지는 몇일 걸릴테지만 지금 보셔서 알겠지만 중증치매단계세요"


"네"


뭐 새삼스럽게 드라마속 주인공처럼 두둥하고 충격받는 리액션 같은건 없었다.


이미 재활병원선생님께 어느정도 언질 받은 내용이기도 했고


사실 맨처음 들었을때도 이상하게 가슴이 철렁하거나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그렇구나 아빠는 이제부터 치매환자구나


섬망이 아니었구나 담담히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리고 오늘 더욱 정확하게 확인 사살을 당한 것 뿐


밖은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아침부터 교수님 면담, CT, 치매 검사까지


사이사이 한 두시간의 기다림이 디폴트처럼 있는 대학병원에서의


지난한 시간이 드디어 끝이났다.


택시를 타고 가는 길....


지겹던 대학병원을 벗어난게 신이 난건지


아빠는 병원을 갈 때와 달리 말이 많았다.



"가을비가 참 많이도 온다"


"아빠 봄비야"



"무슨 봄비야. 가을비지. 겨울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하긴 아빠가 겨울 내내 병원에 있었어서 기억이 잘 안나나? 그럴 수 있지"



"가을 비가 참 많이도 내린다. 왜이렇게 많이 내린대"


"...."



"우리 어디로 가냐? 집으로 가냐?"


"아니, 요양병원으로 가야지 이제 거기가 아빠 집이야"



"왜 거기가 내 집이야? 거긴 내 집 아니야"


"아빠가 아파서 이제 거기서 살아야해. 아빠 대학병원 싫어하잖아. 근데 집에서 지내면 제대로 보살필 사람이 없어서 또 대학병원 가야해. 아빠 대학병원 질색하잖아. 아빠 쓰러져서 또 대학병원 가면 지난번처럼 손, 발 다 묶어둘텐데. 그거 아빠 너무 끔찍해했잖아. 그러니까 아빠 맘에 안들어도 아빠가 살기 위해 거기서 살아야해 "

"응, 니 말이 무슨 뜻이지 알겠다."


"정말 알겠어? 그러니까 아빠 너무 서운해 하지마. 아빠 힘들지 말라고 요양병원에서 사셔야 한다고 하는거니까. 집에 오면 아빠 식사도 제때 맞춰 드리기 힘들고 씻는것도 그렇고 여러모도 아빠가 더 힘들거야"


"어, 알겠어. 근데 마음이 찌르르하다"


"마음이 찌르르해? 왜 마음이 찌르르해?


"몰라 마음이 찌르르해. 근데 참 가을비가 많이도 내린다."



진짜 제대로 이해한건지 알 순 없지만 아빠가 내 말을 이해할 것 같다고 했듯이

나도 아빠의 그 찌르르하다는 표현이 무슨 뜻인지 알거 같아서

치매진단때도 나지 않던 눈물이 왈칵 쏟아질뻔 했다.

다행이다. 비라도 쏟아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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