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6.11. 수
아빠가 요양병원에 입원 한지 어느덧 한 달 반이 지났다.
난 일주일에 두 번씩 아빠를 찾아갔고 세안, 양치, 머리 감기 등을 도왔다.
아빠에 대한 효심보단 거기 갇혀서 일주일에 한 번씩밖에 못 씻을 아빠에 감정이입한
나의 죄스러운 마음을 씻고자 함이 더 컸노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아빠는 내가 갈 때마다 결박되어 있었다.
초반의 이유는 자꾸 집으로 간다고 탈원을 시도해서였고
중반부터는 소변문제가 생겨버렸다.
아빠는 어느 날부턴가 침대에서 몸을 돌려 벽에다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요양보호사님은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보호사님이신데
하루에도 몇 번을 그러는 통에 벽을 락스로 닦고 사람을 갈아입히고
침대시트를 다 갈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만 한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내게 털어놓으셨고 그때마다 나는 아빠를 달래기도 하고 탓하기도 하고
요양보호사님꼔 그저 넙죽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연신 말하기 바빴다.
"아빠, 왜 벽에 소변을 봤어. 소변통 옆에 갖다 주셨잖아. 아니면 기저귀에 보지"
"기저귀에 보면 갈아달라고 하기 미안하잖아."
"그럼 소변통에 보지"
"나 소변통에 봤어. 벽에 안 그랬어"
항상 같은 말의 반복이었다.
그러다 문제가 생긴 건 이틀 전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수간호사님이 나를 붙잡으셨다
"같은 병실 환자분들이랑 보호자분들한테 컴플레인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요...."
결국 하다 하다 퇴소조치 되는 건가? 순간 마음이 졸렸다.
"아무래도 결박을 좀 더 자주 해야 할 것 같아요. 오늘 아침에도 선생님 회진 중에 모두가 아버님이 소변보시는 장면을 목격해 버렸어요. 보호사님이 매번 말을 안 하셨었는데 이젠 벽에 베인 냄새 때문에 숨겨지지도 않고 컴플레인이 너무 심해요. 앞으로는 소변보시는 타이밍 맞춰서 기저귀에 보시고 나면 한 시간 정도 풀어 드리고 또 묶고 풀어드리고 그런 식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가능하면 결박 안 하고 싶은데 소변문제가 더 이상 심해지면 힘들 것 같아요"
"아.... 어쩔 수 없죠. 너무 죄송합니다. 대변은 화장실을 잘 가시는데 이상하게 소변만 그러시네요. "
"네, 왜 소변 벽에 보셨냐고 여쭤봐도 본인은 그런 적 없다고만 하시고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나아지지가 않네요."
병원에 갈 때마다 아빠는 결박이 된 상태일 때가 많았다 그것도 아주 꽁꽁. 처음엔 너무 속상해서 저렇게까지 꼭 묶어야만 하느냐고 컴플레인을 건 적도 몇 번 있었기에 병원 측에서도 결박에 대해 내게 말하는 게 조심스러워했다. 꽁꽁 묶지 않으면 어느새 다 풀어버리시고 가슴결박까지 하지 않으면 침대에서 탈출하려고 몸부림을 치셔서 낙상위험까지 더해지다 보니 아빠의 결박은 더워지는 날씨와 상관없이 하나하나 더 늘어만 갔다. 병원측에 얘기를 해봤지만 결국은 언제나 나의 사과로 머쓱하게 끝이 나버렸다.
매번 이 과정을 겪어왔기에 어쩔 수 없이 결박을 더 늘리는 것에 조용히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동의를 해야만 하는 이 상황이 너무 화도 나고 서글퍼졌다. 오늘은 아빠에게 소변 문제로 타박하지 않겠다고 결심에 다짐까지 단단히 하고 찾아갔는데 결국 아빠 앞에서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못하고 왜 대변은 꼬박꼬박 보호사님 불러서 화장실 가시면서 소변볼 땐 보호사님 못 부르는 거냐고 소변통도 있고 기저귀도 있는데 왜 동물처럼 벽에다가 보냐고 아빠 자리에 나는 이 지린내를 어떡할 거냐고 다짜고짜 다그쳐댔다. 당황한 아빠는 그런 적이 없다면서 벽에서 나는 냄새는 아까 점심에 먹다 남은 갈치를 벽에 버려서 나는 바다 비린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반복해서 읊어댔다.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누가 보거나 말거나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아빠... 나 너무 힘들어. 나 진짜 노력하고 있는데 아빠 나 조금만 도와줘. 다른 것도 아니고 왜 소변문제로 이래. 움직이기 불편하면 요양사님 불러서 같이 화장실 가도 되고 소변통도 있잖아. 아빠가 짐승도 아니고 왜 그래."
입에서 나온다고 그게 다 말은 아닌데 나는 그런걸 판단하고 거를 틈도 없이 나오는 데로 가시가 잔뜩 박힌아픈 말들로 아빠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댔다. 치매에 걸렸다고는 하지만 아빠는 치매에 대한 수치심도 느낄만큼 인지기능이 있는 상태라는걸 뻔히 알면서도...
결국 아빠도 참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편찮으신 뒤론 내게 미안한 마음에 한 번도 화 내시는 일이 없었는데 계속 되는 딸내미의 질타에 수치심과 본인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섭섭함이 봇물처럼 터져 본인은 그런 적이 없고 병원사람들의 이간질이라며 짜증섞인 고함을 내지르셨다. 조용하고 잔잔하던 병실에 싸늘한 냉기가 돌았다. 다른 환자분들께도 죄송스럽고 무엇보다 내가 지쳐 백기를 들고 병실을 나왔다.
정말 너무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