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11. 수
"요즘 어떠세요?"
"아빠를 뵈러 일주일에 두 번씩은 병원에 찾아뵙고 있는데 갈 때마다 사실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왜 두 번씩이나 가세요?"
"그냥 날도 점점 더워지고 저희 아빠 피부가 굉장히 지성피부신데 일주일에 한 번밖에 못 씻으시면 너무 괴로우실 거 같아서 제가 그 사이에 머리라도 좀 감겨드리고 세수, 양치질이라도 도우러 가요"
"그런데 가실 때마다 힘드시다면서요. 그런데도 가시는 거예요? 왜요?"
"저는 일주일에 두 번 아빠 볼 때만 괴로우면 되지만 아빠는 갇혀서 내내 힘들 테니까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이라도 해드리고 싶어서요"
"음.. 요양병원에 보호자분이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방문하시는 건 방문이 잦으신 편이에요.
보호자분들이 요양병원을 선택하시는 이유는 집에서 케어가 힘들기 때문이고 가정이 망가지기 때문이에요. 현실적으로 현실을 살아갈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하니까 위탁을 하는 거거든요. 근데 그렇게 자주 가시면 모시는 것만큼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다 받고 직접 모시지 못한다는 죄책감은 죄책감대로 다 느끼시고 이도저도 해결이 안돼요. 지금 죄책감과 치매환자 보호자로서의 스트레스를 모두 받고 계세요"
"그래서 사실 가끔 집으로 모셔 오는 건 역시 무리일까?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근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현실적으로 저 혼자서 모시는 건 불가능하니까. 근데 병원에서 아무리 케어를 해준다고 해도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케어밖에 못 받으시니까 몰골이며 상태며 그냥 너무 속상해요. 거기에 집어넣어 놓은 거 같아서 죄스러워요."
"모셔오는 건 절대 안돼요. 모실 수 있는 가족이 여럿이어도 치매환자를 돌보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그러다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도 있고 지금 상황에서 모두 죽자는 꼴 밖에 안돼요. 아버님 찾아뵙는 횟수 줄이세요. 눈으로 보면 당연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직접 보는데 어떻게 무시가 되겠어요. 당연히 괴롭죠. 물리적으로 덜 봐야 해요. 잔인한 말처럼 들리시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살아야죠. 생활을 해야죠"
"저희 아빠 이제 70 초반이세요. 근데 거기에 가둬놓고 최소한의 인간다움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잔인한 거 같아요. 80대 90대에도 정정한 분들 계시는데 요즘 세상에 70대가 치매로 요양병원 병실 침대에 갇혀서 묶여 있다는 게 얼마나 가혹해요. 그 죄책감이 자꾸 저를 짓눌러요. 저는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거기에 너무 매몰되서 저까지 병들어 간다는 것 아는데 근데 그게 머리론 아는데 쉽지가 않아요"
"아버지의 치매는 윤씨의 탓도 잘못도 아니에요. 아버지가 안쓰러운 마음이 들 수 있어요. 그런데 거기서 더 깊어지지도 마시고 더 나아가지도 마세요. 딱 거기까지에요. 우린 현실을 봐야해요. 거기 다 전문가들이에요. 물론 집에서 1:1 케어에 비하면 부족해 보일 수 있겠지만 전문가들 믿으세요. 의지하세요. 놓을 건 놓으셔야 해요. 지금 감당하고 있는 감정이 그냥 일시적인 스트레스가 아니라 우울증이에요. 그 죄책감은 정상적인 게 아니에요. 너무 큰 스트레스가 병으로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많은 치매환자 보호자들이 우울증을 겪으시는 일이니 나만 왜이런가 하는 자책도 하지 마세요. 지금 굉장히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견디고 계신 거예요. 그러니 아버지 병원 방문 횟수 줄이고 케어도 손 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왜 양쪽 모두가 괜찮을 수 있는 꽤 괜찮은 방법 같은 건 없는 걸까? 왜 꼭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아빠, 우리 둘 모두가 그럭저럭 괜찮게 잘 버티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없는 걸까?
우리의 세상은 왜 이렇게 매번 어긋나나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