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화
6월 26일
결국 아빠의 병실이동이 결정되었다.
아빠가 벽에 본 소변 냄새가 도저히 감당이 안돼서 다 뜯어내고 공사를 해야 해서
불가피하게 아빠 병실을 옮겨야 할 것 같다고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병실을 옮기면 요양보호사 분도 바뀔 텐데....
지금 계신 보호사님께 유난히 애틋한 정을 느끼고 있는 아빠가 괜찮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그럼 방이 바뀌고 그대로 유지되는 건가요? 보호사님도 바뀌고요? 아빠가 현재 보호사님을 너무 믿고 따르고 계셔서 그 부분에서 적응이 되실지 좀 걱정이 되어서요"
"보호사님께서는 이번 주 주말에 중국으로 돌아가실 예정이시라 어차피 방이 안 바뀌어도 보호사님은 바뀌실 거예요."
"아아... 그렇군요"
"네 지금 바뀔 병실이 보호사님도 오래되신 분이고 환자분 수도 적어서 케어받기엔 더 나으실 거예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병실 바꿔주세요"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분명 아빠는 이 변화를 힘들어할게 눈에 뻔히 보이지만 벌써 정을 듬뿍 주고 있는 보호사님과의 이별을 힘들어할게 보이지만 방법은 없으니까 무엇보다 그 방의 그 소변냄새 악취를 나도 아니까
난 항상 병원과 얘기할 때면 그저 죄송하고 죄송한 죄인처럼 굴게 된다.
그날 저녁 병원을 찾았다. 들어가자마자 아빠의 바뀐 자리와 병실의 분위기 병실메이트 분들의 느낌 보호사님의 성향을 온 촉각을 곤두세워 감지하기 시작했다. 아빠의 침대는 벽 쪽이 아니라 중간에 끼인 자리, 방 분위기는 너무 고요하다. 새 보호사님은 과묵한 타입이시고 옆자리 환자분도 과묵한 타입이시고 이런.... 아빠가 적응하기 최악의 환경이네. 아니나 다를까 아빠는 유난히 말이 많았다. 1시간을 들었지만 도저히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수다에 이제 그만 집에 가보겠노라고 하며 자리를 뜨니
"가려고? 내가 배웅해 줄게"
"아니야 아빠 이렇게 나왔다가 병실 못 찾아 들어갈 것 뻔한데 그냥 누워서 인사나 해줘"
"내가 왜 못 찾아 들어와. 잘 찾아올 수 있어. 내가 그래도 배웅이라도 해줘야지"
"아니야 누워계셔 그래야 내가 마음이 편해"
계속되는 실랑이, 결국 아빠의 본심이 나와버렸다.
여기 혼자 이렇게 남아 있으려니 너무 심심하고 너를 보내려니 마음이 서글프다며 너무 서운하시단다.
첫날이기도 했지만 아빠는 저런 고요한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어하고 있는 게 보였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
내가 아빠를 닮았으니까. 아빠의 낯섦이 고통이... 모두 고스란히 느껴져 발걸음이 잘 떼지지 않았고 아빠도 좀처럼 나를 보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별이 유난히 힘든 날이었다.
6월 30일
'별빛이 내린다 샤랄라라랄라라~~~~'
유난스럽게 울리는 벨소리, 병원이다. 요즘 핸드폰 화면에 병원 이름이 뜰 때가 가장 무섭다.
이런 촉은 도대체 왜 매번 틀리지가 않는 건지 병원에서 아빠로 인해 큰 소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신다.
요양보호사님을 도둑으로 몰아가며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고 난리통이라 아수라장이 되었다는데
"혹시 이러이러한 물건을 따님이 챙겨가셨다던데 맞나요?"
"네 아빠가 사용 안 한다고 가져가도 된다고 하셔서 제가 들고 왔어요"
"분명히 아버님께 말씀하고 가져가신 거죠?"
"네. 필요 없다고 가져가라고 하셨어요 걸리적거린다고"
"그 물건을 지금 보호사님이 훔쳐갔다고 난리가 났어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가져온 거라고 잘 말씀해 주세요"
하아.... 적응이 힘들 것 같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적응을 못한다고? 이렇게 빠르게 나빠진다고?
착잡한 마음과 속상한 마음이 뒤섞였다. 어지간해서는 소리 지르고 화를 내지 않으셨는데 무슨 일이란 말인가
7월 1일
아빠의 외래를 대신 보고 처방전을 갖다 드릴 겸 겸사겸사 아빠의 병원을 찾았다.
가자마자 요양보호사님께 어제 일을 전해 들었다며 죄송하다고 사과부터 허리 숙여 연신 드렸다.
이런 사람 한 두 번 본거 아니고 아파서 그런 거니 이해한다고 하신다. 말씀이 없을 뿐이지 나쁜 분은 아니라고 처음부터 느끼고 있었는데 이해해 주시니 다행이다.
아빠의 양치를 도우며 왜 그랬는지 물어보니
요양보호사님에 대한 의심이 여전했다. 자신의 칫솔을 훔쳐가려고 했단다.
그럴 리가 있나..... 하지만 아빠의 세계에서는 현재의 요양보호사님은 나쁜 사람으로 결정되어 있었다.
또 떠나간 지난번 보호사님 이야길 꺼낸다. 중국에 가셔서 이제 오실 수가 없다고 잘 설명해 보지만 몇 번이나 다시 물어보신다. 정이 많이 드셨구나....
그런데 아빠와 대화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아빠의 기억력이 심하게 나빠져 있었다. 이상한 소리도 훨씬 많이 했다.
아빠가 치매에 걸리고도 놓지 않았던 게 셈이었다. 음식 가격, 집 가격, 옷 가격, 시장 물가 등등 그런 부분에 대해선 치매환자 같지 않게 또렷하게 알고 있던 아빠의 셈법이... 다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병원 측에 물어봐도 역시나 며칠 사이 기억력의 문제가 많이 심해지셨다고 하는 걸 보니 내가 잘못 느낀 게 아니구나... 다행히 병실을 옮기고 소변문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는데 새로운 방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빠의 스트레스가 또 하나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하나가 가니 하나가 또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