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개 싫어? 그럼 저 조개 줄까?
나는 아빠를 좋아한다.
주변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소위 ‘아빠 빠’다.
자꾸만 빵빵해져서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빠 배가 좋고
누군가는 진화가 덜 된 것의 상징이라고 하지만
기분 좋을 때면 귀를 움직이는 아빠의 팬서비스도 좋고
뭘 물어보면 (생각하고) 3초 뒤에 대답하는 습관도 좋고
아무리 졸려도 쫑알쫑알 얘기할 때면 다 들어주는 그 마음도 너무너무 좋다.
그래서 자꾸만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아빠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의 간극이 있다는 게 약간의 문제다.
1. 차량용 디퓨저
내가 좋아하는 잉글리시프리지아 향으로 차량용 디퓨저를 만들어 줬다.
하지만 아빠는 향기에 약하다.
아무리 킁킁대며 향기 좋지 않냐고 물어봐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어우 향기 나, 향기 난다. (킁킁킁) 좋다좋다. 그치?”
“...? 모르겠는데? 안 나”
솔직함이 아빠의 치명적인 매력... 이지만... 또르르.
2. 장식용 돌고래
제주도에 가서, 심지어 사장님보다 먼저 가게에 도착해서, 오픈을 기다리면서까지 사온 돌고래.
고민하고 고민하다 3개만 샀는데, 문득 아빠 차에 장식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주기 전까지 또 한참을 고민하다 말을 꺼냈다.
“아빠 이거 내가 엄청 아끼는 건데, 아빠 줄까?”
아빠는 뭔지 한 번 쳐다보더니 0.5초 만에 고개를 돌렸다.
“아냐. 너 아끼는 거니까 너 계속 아껴.”
“이거 내가 엄청 아끼는 건데 준다니까?”
“아냐 아냐. 너 가져. (ㅋㅋㅋ)”
3. 고구마 말랭이
역시 가을은 고구마의 계절.
고구마 고구마 노래를 부르다 인터넷으로 고구마 말랭이 세트를 시켰다.
갑자기 고구마 부자가 된 나는 행복해졌다.
또 문득, 아빠가 심심할 때 간식으로 먹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선심 쓰듯 말했다.
“아빠 이거 내가 엄청 좋아하는 건데, 아빠 줄게”
아빠는 뭔지 한 번 쳐다보더니 이번에도 0.5초 만에 고개를 돌렸다.
“아냐. 너 좋아하는 거니까 너 많이 먹어”
“이거 엄청 맛있는데 간식으로 먹으라고 주는 거라니까?”
“아냐 아냐. 너 먹어. (ㅋㅋㅋㅋ)”
고구마 선물도 까인 나는 오늘 아침에 아빠랑 얘기를 했다.
“왜 고구마 말랭이 싫어? 고구마 싫어? 별로야?”
“(헛웃음) 너는 왜 자꾸 니가 좋아하는 걸 아빠를 주려고 그래”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주면 좋잖아”
“너 많이 좋아해. (ㅋㅋㅋㅋ)”
그 얘기에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고,
사람들에게 조개를 나눠주는 해달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빠 해달이 그래. 해달이 자기 좋아하는 조개를 막 사람들한테 준대.”
“왜?”
“...(생각해본 적 없음) 음.. 좋아서?”
“??”
아무래도 아빠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지만
나는 해달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 같은 오늘이었다.
201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