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왜 그렇게 우울했을까. 울적한 기분과 가라앉는 마음의 상태는 잘 안다. 뭔가 덜컥하고 걸리는 순간 마음에 우울의 짠내가 번진다. 살아온 날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대부분 후회와 부끄러움으로 덮인 기억들이 좀비처럼 되살아난다. 기억에 발가락을 물리고 기억들이 볼을 씹는다. 기억과 기억이 합류해 우울로 번진다. 다 그만두고 싶었다. 모든 게 부질없고 귀찮고 하기 싫었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나,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담담한 사람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내 안의 온갖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몇 가지만 챙겨서 살았더라면. 열아홉에 나이 많은 남자를 만나 스무 살에 결혼한 여자가 있다. 그렇게 연애의 경험이 적은 사람의 삶은 어떨까 싶었다. 연애가 많은 것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그것 없이도 살아갈 수는 있잖은가. 가장 큰 욕망의 한 쪽을 거세한 채로 사는 삶. 확 죽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더 살아도 별 다르지 않을 앞날이나 내가 원한다는 그림, 글 같은 것들이 부질없게 느껴진다. 그런 거 잘하는 사람들은 널렸으니.
내 재주로 부를 수 있는 노래는 고작, 겨우 같은 부사들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