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동 Aug 12. 2018

가난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물에 젖는 모든 것들이 무겁다. 마음은 모르겠고 하늘과 땅과 그 사이에 끼어 살아가는 생명들은 모두 눅눅하다. 이사 갈 집을 잠깐 알아봤다. 인터넷으로 검색만 해도 힘이 빠진다. 이사비용이며 계약금이며. 전세든 뭐든 왜 이리 비싸냐. 내가 가진 돈으로는 저들의 발뒤꿈치에서나 살아갈 듯 말 듯하다. 없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습성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쪽으로 토끼몰이를 당하는 것이다. 결국 가장 낮은 곳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고여있게 된다. 그리고 동물원 원숭이 보듯이 구경하겠지. 아파트 외벽에 일종의 낙인을 찍고 살아간다. 래미안, 홈타운, 푸르지오, 자이... 카우보이들이 돌보는 소떼처럼, 사자의 고함에 쫓기는 영양들처럼. 몰리고 몰려 구석에서 살아간다. 


가난이란 느낌의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몰라 계속 뱅글거리고 있다. 그래도 그려야 하는데 말이지. 

작가의 이전글 어둠이 남아 있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