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의 노래, 2018
소머리 국밥
소머리 국밥을 수저로 떠 훌훌 불어 입에 넣었다. 소주가 반주로 있었지만 한 잔 마시고 말았다. 새로 일하는 현장이다. 내일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루 앞을 모르면서 살아가야 한다. 노동절이라고 사람들이 쉰다. 거리가 한산하다. 주차장 차단기가 올라가고 내려갈 때마다 경보음이 울린다. 거슬린다. 본드를 바르는 팔을 휘휘 돌린다. 마치 한가한 일을 하는 사람 같다. 나무에 발린 본드가 나무와 나무, 나무와 석고를 이어준다. 둘은 이제 떨어지지 않을 거다. 평생.
김치를 입에 넣고 씹었다. 아삭한 배추 줄기가 입에서 찢어졌다. 으깨어지고 뭉개지는 김치와 밥과 소머리.
고기를 집어 양념장에 묻혔다. 간장 맛과 신맛이 섞였다. 나도 머리에 기름을 발라 딴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머리 허연 노인 몇 명이 들어왔다. 일생을 안락하게 살아온 표정이다. 햇빛이 길바닥에 널브러지고 구두를 신은 남자들과 여자들이 걸어 나왔다. 몰려다니며 밥을 사 먹는다.
타카를 들고 석고보드를 천정에 박았다. 땀이 났다. 눈에 가루가 들어갔다. 타카를 잘 못 박는다고 한 소리 들었다.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 같았다. 내가. 나를 쏙 빼고 싶었다. 내가 없는 데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 평범하고 쉬운 단어들로만 뭉쳐진 문장을 쓰고 싶었다. 거리에서 보이는 것들. 햇빛, 바람, 시간, 표정, 걸음, 식당과 주차장, 공사장과 카페, 택시와 버스 같은 것들. 간판과 창문 같은 것들. 도시락을 싸 소풍을 가는 날. 그래, 김밥과 와인 한 병들고 멀리 소풍을 가고 싶다. 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으면 좋겠다. 불안이 전화기 너머에 붙어 있다. 코를 훌쩍이다가 휴지에 풀었다. 어제 본 작은 남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 어디에서 오늘과 비슷한 일을 하며 살아갈까.
커피를 갈아 속에 모아둔 것을 짜냈다. 끓는 물을 부어 찐득하게 마셨다. 내가 검은색 무언가로 변하는 것 같았다. 속이 탄다. 갈증을 느껴도 물 마실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불안과 두려움과 슬픔이 한 그릇에 있다. 희망은 후추통 옆에 있다. 조금 넣고 후룩후룩 버무려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