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나도 콘텐츠 제작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지가 대충 5~6년 차 정도 된 것 같다. '콘텐츠 제작자'로 살면서 현타가 오는 경우도 꽤나 많았는데 요새 드는 생각은 이렇다.
얼마 전 제주도 아부오름에 올라 산책하다가 든 생각인데, 갑자기 내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
너는 콘텐츠 제작을 왜 하니?
그러게. 나는 콘텐츠 제작을 왜 할까. 이 물음에 나는 금방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 객관적으로 따져봤을 때, 콘텐츠로 돈 번다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단순히 경제활동을 위해서 콘텐츠 제작을 한다는 건 에너지 소비가 너무 많이 드는 일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난 여태 콘텐츠 제작을 왜 하고 있는 걸까.
따지고 보면, '콘텐츠 제작자'는 일종의 오지라퍼 같은 거다. 콘텐츠 제작이라는 게 대부분은 남 좋은 일 하는 게 아닐까.(물론, 그렇게 치면 안 그런 일이 어디 있겠냐만은.. 서비스직도 마찬가지일 테고) 내 에너지와 시간을 꽤나 많이 소비해서 남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거나 유용한 정보들을 큐레이팅 해서 전달하거나, 혹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거나. 그래서 제작자들은 보람을 느낀다? 글쎄, 나는 적어도 이제 그 보람을 느끼는 역치가 너무 높아져서 웬만한 기준을 넘어선다 하더라도 딱히 별 감흥이 없다. (유튜브로 치면 조회수 백만이 나온다거나, 댓글이 몇 천 개가 달린다거나)
중요한 건, 제작자의 상태가 '내 코가 석자'인데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걸 계속 만들어 내야 한다고 했을 때 그게 과연 지속 가능한 일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제작자 입장에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챙기고 텅 빈 곳을 잘 채워나가는 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진짜로 남 좋은 일만 하는 게 아닐까 하는데서 오는 현타. 그리고 실제로 내가 만들었던 콘텐츠로 시청자들이 그만한 효용을 얻고 있는지도 의문이었고.
돈을 번다는 것 이외에 다른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사실은 스스로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걸 너무나 잘 안다. 그만큼 콘텐츠 제작이라는 게 엄청난 에너지와 감정 소비를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현타를 느끼면서도 스스로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해본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뭘까. 그래서 문독, 아부오름 정상에서 업계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했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