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2번째 기일을 맞아
독자님들 안녕히 지내셨는지요? 제가 너무 늦은 인사를 올리는 것 같아 무척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그동안 몇 번이고 독자님들께 저와 아이들의 일상과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굴뚝같이 솟았었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질 못하였네요.
그동안 저는 취직을 하면서 일을 하고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즐겁고 행복하다가도, 때론 우울하고 화가 나기도 하는 지극하게도 평범한 일상과 우여곡절을 넘어가며 동고동락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지 못하였던 이유는 새로 들어간 직장이 워낙 힘이 든 일이었고 평균 9시, 어느 날은 밤 12시까지 야근을 해가며 울고 버티는 날들이 생겼기 때문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글을 쓸 엄두가 날 만큼의 여유가 생기질 못했었습니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 모두 없는 집에서 본인들 스스로 저녁을 차려먹고 제가 하지 못한 집안일을 돕다 저 없이 잠이 드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마침 쓰던 글의 주제가 행복한 아이들과의 생활과 일상을 다루는 글이었기 때문에 딱 하나의 글만 쓰면 마무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더는 나아가질 못하고 완결이라는 독자님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한 채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부분이 늘 마음속에 빚처럼 남아있었으나 저의 마음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복한 글을 올리는 것 또한 독자님들에 대한 기만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어느 정도 글을 멈추는데 영향이 있었으니 부디 아주 조금이나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근황부터 이야기드리자면 지금은 회사에서 적응도 잘했고 아이들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습니다. 회사를 1년 조금 넘게 다니면서 퇴사자들의 "도대체 어떻게 버티시는 거예요?"소리를 들어가며 미련하고 악착같기도 한 회사생활을 했지만 버텨보니 그만큼 일도 많이 늘었고 일하시는 분들과 많이 친해졌습니다. 이제 와서 그만둔다고 하면 참 아쉽겠다 싶을 만큼이요.
어제는 야근이 있는 날이었는데 현장에 남아있는 어머니 나이뻘 되는 어르신들이 제가 기침을 심하게 해서 목소리가 다 쉬어버린 걸 듣고 이름을 살갑게 불러주시면서 "땡땡 아~감기 걸렸어~?"하고 물어보시길래 "아우.. 목구멍이 찢어질 거 같아~다들 아프지 말아 감기 너무 독해~"하고 말하니 "그니까 현장도 난리여~아프면 안 돼~" 하고 다 같이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까지 보태서요. 다들 마음씨가 좋으셔서 제가 친근하게 반말 존댓말 섞어가며 말해도 예쁘게 봐주시기도 하고요.
아이들과 생활하기에 월급이 좀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여차저차 있는 현실에 맞춰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경력으로 들어와 1년 동안 많은 일을 배우면서 이제야 보는 눈이 좀 트여 현장에서의 실수를 바로 잡으면 일로써 얻을 수 있는 보람도 느껴가며 동료들과의 기쁨도 나날이 차곡차곡 쌓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일도 글로 쓰면 재미있겠단 생각이 든 적도 있지만 혹여나 직장이 노출될까 하는 마음에 좀 조심스럽긴 하더라고요.
이제 아이들 이야기로 넘어오면 큰아이는 여전히, 주변 선생님들의 예쁨을 받는 조용하면서 책 좋아하고 얌전한 아이로 자라고 있는데 다만 친구 사귀는 게 어렵다고 학교 들어가기 전에 우는 걸 보니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친구를 사귀는 건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라 더 안쓰러운 데다 겨우 사귄 친구 한 명이랑 다른 반이 되었다고 엉엉 우는 걸 달래주기만 해야 하니 속이 쓰리더라고요.
반면 아들은 친구 사귀는걸 전혀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쾌활한 데다 글씨는 괴발개발, 친구들 사이에서 괴짜, 학예회 가서 유난히 까부는 애가 있어 '참.. 뉘 집앤지 저 집 엄마도 참..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앞모습을 쳐다보면 아들내미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에 '아이고두야'하고 머리를 탁 칩니다. 전 날 머리를 잘라 아들놈 뒤통수도 알아보지 못한 제 잘못이지요.
성향이 너무 다른 두 아이를 기르다 보니 배려심 많고 얌전하고 상도 곧잘 타오면서 선생들한테 늘 예쁨을 받지만 교우관계가 어려운 딸과 매년 선생님에게 산만하다는 소리를 듣고 욕심 많고 공부는 당연히 관심 없고 게임만 좋아하지만 교우관계는 좋은 아들을 보며 이 극강의 밸런스 게임을 꼭 선택해야 한다면.. 차라리 딸이 다른 걸 포기하더라도 친구들과 즐거운 학교생활을 즐기는 아들처럼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드네요.
아들은 너무도 쾌활한 나머지(?) 미디어 중독이 확신되는 바, 현재 강력한 조치를 취해가며 아이를 돌려놓기 위해 노력 중인데 이 사이에도 거짓말이 중첩이 되어가며 저를 속인 괘씸죄가 추가되어 현재 진행형으로 저의 용서를 구하는 중입니다. 아이의 미디어 중독을 발견하고, 아이의 거짓말이 들통나고, 배신감을 느끼고 다시 거짓말을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아들과 저 사이에 신뢰가 많이 무너졌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저 스스로도, 아이도 반성하는 시간을 지나는 중반이고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아이도 저도 회복이 되었다고 느끼면 '가제: 중1병 아들의 미디어 중독치료기'정도의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꼭 중독치료에 성공했다는 성공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지역청소년 센터에 따로 청소년 상담제도를 따로 신청해서 아이가 센터로 주 1회씩 다니면서 미디어중독에 대해서 상담사분과 50분 상담을 진행하는데 이 부분도 상세히 기재를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돌아오는 남편의 2주기 기일입니다. 왜 잠이 새벽에 다 달아나 버렸지 하고 생각해 보니 남편이 절 새벽같이 깨웠나 봐요. 오랜만에 독자님들에게 인사드리라고요^^ 2년 전 새벽 다섯 시 반 딱 이 시간은 남편을 영안실에 보내고 동트는 새벽을 보며 손님이 아무도 오지 않은 장례식장을 지킬 때쯤이었네요.
저는 어제 미리 점심시간에 남편에게 가서 화사하고 노란색 작은 꽃다발에
"그대의 평안이 곧 나의 평안입니다"라고 적고 걸어두고 왔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대의 평안이 곧 나의 편안입니다" 정도의 의미가 좋을 것 같아 부제는 그렇게 적어두었습니다.
쓰고 싶은 글을 늘 많습니다.
특히 사랑과 죽음에 관련된 글은 언제나 1순위에 놓여있고요.
그리고 여러분들의 사랑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올해 안에는 가볍게 혹은 무겁게 글 들고 와서 안부인사 혹은 정식연재를 드릴예정이니 지켜봐 주세요.
다들 늘 평안하시고 편안하시길,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