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라요 Nov 19. 2024

오늘도 후회없이 사랑하세요

가을 안부



독자님들, 잘 계시는 지요? 늘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고 언제나 마음 깊이 독자님의 평안을 소망하고 있습니다.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그동안 저는 글도, 여러 걱정도, 깊은 생각도 좀 놓고 있었네요.


어젯밤과 오늘아침에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과 건강식품들을 한바탕 정리했어요. 아이들이 밥 생각이 없거나 제가 밥이 먹고 싶지 않을 때 먹으려고 사두었던 라면의 유통기한이 한 달가량 지나버렸더라고요. 한 달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 봉투를 뜯어 냄새를 맡았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에서 나는 특유의 산화된 기름냄새가 나길래 먹지 못하겠구나 싶어 10개나 되는 라면을 버리면서 참 아까웠어요. 좀 더 부지런히 먹어볼걸.  


'기왕 일을 벌인 김에 나머지도 정리하자!' 란 생각이 들고 실행에 옮깁니다. ㄱ자로 꺾여있는 주방의 오른쪽 끝에 있는 민트색 오븐 옆, 손길이 자주 닿지 않는 곳에 방치되어 있던 간강기능식품의 날짜를 하나하나 뒤져보았습니다.


작년에 만들었던 식용 꽃 MVP (Minimum Viable Product, 시장에서 고객의 반응을 보기 위해 최소비용으로 핵심의 기능만 넣어 만든 최소 기능제품)도 1년이 넘어 버리기로 했어요. 가위로 잘라 내용물은 라면 면을 버리기 위해  넣어 두었던 봉투에 쏟아 넣고 4개월, 6개월 지난 다른 가루 제품들도 대여섯 개씩 잡아 가위로 숭덩 잘라 쏟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쏟아붓고 남는 비닐들을 정리하고 돌아오니 봉투의 옆구리가 터져있었어요. 나도 모르는 새 터져 가루들이 쏟아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라면의 면이 봉투의 옆을 터트릴정도로 날카롭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얇은 봉투가 문제였을까, 면이 뾰족했을까 하며 가만히 봉투를 지켜보았어요. 수습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물끄러미.



그러다 연재를 마감할 시기의 제가 저랬다는 걸 떠올렸어요. 찢어진지도 모르는 채 그냥 가만히 무언가 쏟아부어지는 느낌. 나의 어느 부분은 새어 나가는데 어느 부분은 끊임없이 흘러들어오는..


퇴고를 최소 다섯 번 이상은 진행하여야 하는데 퇴고 횟수가 점점 줄어들길래 아 뭔가 문제가 있구나, 지금 내가 글을 쓰는 것이 벅차구나 싶었던 그때. '내가 쓴 글도 제대로 돌 볼 여력이 없구나.'라고 자각했던  그때. 분명 얼굴은 웃고 평소처럼 아이들과 농담도 잘했지만 어딘가 삐걱거리던 그때. 연재마감과 절 응원해 주시던 댓글에도 답댓글을 달지 못하고 도망치듯 돌아서면서도 독자님들께 송구스러웠습니다.


가을이 들어서면서 독자님들 생각이 많이 났어요. 잘들 지내시는지, 이 예쁜 낙엽을 같은 하늘 아래에서 보고 계시는지, 올해 단풍은 유독 예쁘고 아름다워서 가을 낙엽을 밟을 때마다 생각이 났습니다. 왜 가을의 낙엽이 이토록 아름다운지 그동안 몰랐을까 생각이 들다가 낙엽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손에 머금어도 보다가, 형태가 없어 담을 수 없음을 아쉬워도 하다가 말이지요.


얼마 전 남편과 아이들이 마지막 산책을 했던 공원을 지나치면서 그이 생각을 했어요."너희 여기 공원 기억하니? 아빠랑 마지막으로 맨발 산책 했었잖아" 기억난다는 아이들의 말에 그게 벌써 일 년이나 되었구나 싶더군요. 이 아름다운 계절을 보지 못하고 가버린 사람아.. 부디 그곳에도 단풍 드는 가을같이 아름다운 계절이 있길..


글을 올리지 않은 그 두 달 사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그동안 5학년인 라온이의 발 사이즈가 저보다 커졌고 내년에 중학교에 들어가는 지온이의 키가 외할머니를 넘었습니다. 지온이가 심폐소생술 대회(초등부)에 나가서 상을 타는 일도 있었고요. 라온이는 장발을 하겠다며 보는 사람이 괴로울 정도의 더벅머리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ㅎ 


지온이는 유튜브를 시작해서 본인이 만드는 걸 찍거나 그림을 그려서 직접 영상편집을 합니다. 가장 높은 조회수 영상은 4천 회를 기록했고 구독자는 13명인데 주변 어른들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하며 조심스럽게 혼자 채널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날은 동영상에 누른 다른 사람의 '좋아요'의 숫자만 있는 게 아니라 동영상에 '싫어요'를 누른 사람의 숫자도 볼 수 있다면서 잔뜩 풀 죽은 얼굴로 "왜 동영상에 싫어요를 눌렀을까요?"라 물어보더라고요.


"세상의 모든 사람이 널 좋아할 수는 없어.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없을 수 있는데 싫어하는데도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단다. 왜 저 사람이 날 싫어할까?라는 부정적인 감정과 상황에 너의 감정과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말고 그 시간에 널 사랑하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해. 그리고 엄마가 보니 엄마도 버튼이 잘못 눌려서 싫어요를 누를 때도 있더라고"라고 이야기했더니 아이 미간에 잡혔던 주름이 펴지면서 환하게 웃었습니다.


"엄마도 글을 올리잖아. 엄마도 악플을 받아본 적 있거든. 그때는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오~ 나 좀 인플루언서인 듯? 악플도 달리다니?ㅋㅋ' 널 제대로 알지 못하는 소수가 널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글이나 말에 휘둘리지 말고 널 응원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에 더 귀 기울이자"


제가 했던 말을 제 스스로에게 돌려주면서, 가을의 끝자락을 붙들고 인사를 드립니다.


익숙함을 당연시 여기지 말고 소중히 여기고 싶단 생각을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데 제 마음과 같은 가사가 나와 무척 좋아하게 된 노래가 있어요. 앞으로 나의 인생은 이런 마음으로 사랑하겠노라 마음먹은 노래요. 꼭 같이 듣고 싶은 마음에 올려드립니다.


특히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바다가 지겨워지고 숲이 푸르르지 않다고 그 아름다움을 잊는다면 사랑이 아닐 거예요'입니다.


남녀, 노소, 부모자식 간에도 모두 통용되는 말 같아요. 때론 맘 같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말이죠.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로이킴-



뜨겁게 사랑했던 계절을 지나 처음과는 조금은 달라진 우리 모습을 걱정 하진 말아요
아침에 떠오르는 햇살을 보며 사랑을 약속했던 우리의 마음은 영원한 거라
저물어 가는 노을도 그리고 찾아올 밤하늘도 우리 함께한 시간만큼 아름다울 거예요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처음의 설렘보다 이 익숙함을 소중해 할 수 있는 것
때론 맘 같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며 솔직해지고 이해할 수 있는 것
그게 사랑일 거야 내가 아는 사랑인 거야
바다가 지겨워지고 숲이 푸르르지 않다고 그 아름다움을 잊는다면 사랑이 아닐 거예요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처음의 설렘보다 이 익숙함을 소중해 할 수 있는 것
때론 맘 같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며 솔직해지고 이해할 수 있는 것
내가 보고 느끼고 듣는 모든 것엔 그대가 물들어 있어서 없이는 나 살 수 없어서
네가 노래가 된다면 나만 알고 싶고 그 어떤 가사보다 아껴 부르며 간직하고 싶은 것
그게 사랑일 거야 내가 하는 사랑인 거야 그래 그게 바로 사랑일 거야





오늘도 후회없이 사랑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