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이후의 삶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동화. 삶도 그럴까?
요즘 들어 부쩍 퇴사에 관한 글이 눈에 띈다. 돈 버는 속도보다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르고, 미래를 담보할 만큼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드는 마당에 가만 앉아서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건 시간 낭비처럼 보인다. 나는 지난 16년간 꾸준히 노동을 해오고 있지만, 회사 생활이 좋다는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다. 누구나 퇴사를 꿈꾼다. 그러나 이후의 삶을 확신할 수 없어서 선뜻 사직서 내기를 주저한다. 그런 분들에게 서울을 떠난 지 올해로 8년째(벌써 그렇게 됐다)인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이 글을 쓰게 됐다. 물론 이 글은 어떠한 종류의 권유도, 대리 만족을 위한 자기 위안용도 아니다. 감히 내가 귀촌을 꿈꾸는 이들의 전형을 살았다고 자부하지도 않는다. 이건 그저 개인적인 기록일 뿐이다.
서울을 떠난 뒤, 나는 줄곧 1년 중 6개월은 일하고, 6개월은 놀면서 유유자적 내 시간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마음먹고 한 회사에 2년간 머물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오는 25일이 마지막 근무일이다. 이 정도면 전문퇴사꾼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뭘 믿고 그러느냐고 반문하는 분도 계시리라. 물론 처음부터 믿는 구석이 있었던 건 아니다. 가진 게 없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나는 별 탈 없이 살아가고 있고, 그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