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내가 뱀 머리 귀신이 되다니!-1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본관 1층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봉안당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하긴 사람이 있어도 귀신이 보일 리 만무하니 별 상관이 없었다. 화장실 거울 속에서 끔찍한 괴물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으아아악!”
나는 불에 덴 듯 펄쩍펄쩍 뛰며 소리를 질렀다. 핏빛을 띤 두 개의 뱀 대가리가 정수리에서 솟아 나와 혀를 날름대고 있었다. 뱀 대가리의 크기는 5센티미터 정도인데 날름거리는 혓바닥이 더 길어 보였다. 기절이라도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저승에 와서 본 가장 끔찍한 괴물이 바로 나 정수호라니! 나는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일이었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게 바로 뱀이었다. 어릴 때 가족과 산에 놀러 갔다가 뱀에게 물릴 뻔한 일이 있었다. 대가리를 꼿꼿하게 쳐들고 혀를 날름대는 뱀과 마주친 순간 온몸이 돌처럼 굳었다. 그러다가 선 채로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그때 이후로 뱀이란 말만 들어도 질색했다.
덜덜 떨며 화장실을 나와 한참 걷다 정신을 차려 보니 눈앞에 연못이 보였다. 연못에는 붉은 수련이 떠 있었다. 군데군데 물풀이 솟아 있고 개구리밥이 초록 담요처럼 펼쳐져 있었다. 붉은 수련은 꿈결처럼 아름다웠다. 바람이 불자 수면이 흔들렸다. 반짝이는 물결이 붉은 수련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붉은 꽃은 아름답기라도 하지, 붉은 뱀이라니! 초록 뱀도 아니고, 푸른 뱀도 아니고 노란 뱀도 아니고, 하필이면 핏빛 뱀이 머리에 솟아 있단 말인가. 그야말로 대재앙이었다. 그것도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가 악마의 뿔처럼 솟아 있었다.
연못에 비친 내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정수리에서 두 마리의 뱀이 연신 꿈틀거렸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힘껏 저었다. 나르시스가 연못에 비친 자기 얼굴에 반해 물에 뛰어들어 수선화가 되었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생각났다. 귀신인 내가 물에 뛰어들면 무엇이 될까?
연못에 비친 끔찍한 모습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마침 연못가로 다가오는 최녹사가 보였다. 최녹사는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씩 미소를 지었다.
“저승 사장님! 대체 이게 뭐예요? 왜 나한테만 뱀이 달려 있어요? 이거 좀 떼 줘요.”
나는 최녹사를 붙들고 신경질을 부렸다.
“뭐? 저승 사장? 내가 왜 네 사장이냐? 알바하고 싶어? 알바시켜 줄까?”
“헐! 무슨 알바요? 저승사자나 녹사는 너무 구리잖아요? 시대가 변했으니까, 사자에다 이응 하나 더 붙이면 사장이잖아요. 근데, 이 뱀 대체 뭐예요? 뱀이나 빨리 떼 줘요!”
“내 맘대로 떼 줄 수가 없는데 어쩌지? 그래도 뱀이 낫지 않니? 너 높은 데서 뛰어내렸잖아? 근데도 이렇게 겉모습이 멀쩡하니 고마운 줄 알아야지.”
“낫긴 뭐가 나아요? 다른 귀신은 다 그대론데, 도대체 왜 나만 이 끔찍한 뱀 대가리가 있어요? 다른 귀신들은 없는데?”
나는 미치고 팔딱 뛰겠는데 최녹사는 얄밉게도 빙그레 웃기만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결판을 내야 했다. 멱살이라도 틀어쥐고 절대로 안 놓아 주리라.
“내가 임시 저승을 열 곳이나 관리하고 있지 않니? 업무가 심하게 많단다. 재주가 워낙 출중하다 보니 부르는 데가 많아. 회의도 많고. 빨리 직원이나 알바가 들어와야 하는데 말이야. 나, 간다.”
저승사자가 진짜 사장처럼 알바 타령을 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나는 이상한 저승사자 최녹사를 가로막고 소리를 질렀다.
“제발 이 뱀 좀 없애 줘요! 어떻게 끔찍한 뱀이 머리에 생길 수 있어요? 진짜 진짜 개 억울해!”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머리에 뿔처럼 돋아 있는 뱀을 가리켰다. 차라리 도깨비 뿔이 백배 나을 것 같았다. 혀를 날름거리는 붉은 뱀 대가리. 버섯도 아니고 풀도 아니고 꽃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고 돌도 아닌 뱀이 머리에 생기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용의 꼬리보다 뱀 대가리가 낫다는 말도 있지만 정말이지 이건 아니다. 머리에 뱀 대가리가 돋아나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나야 원래 참을성이 없지만 아무리 참을성이 많다 해도 한순간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저승이 아니라면 성형외과에 가서 뱀을 떼 내는 절제 수술이라도 받을 수 있을 텐데.<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