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프렌치 디스패치
-이 글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뜻하고 동화 같은 색감의 부드러움과 함께 날카로운 대칭의 미학을 담아내는 '웨스 앤더슨'감독은 14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개봉을 시작으로 한국에도 많은 팬덤을 형성했다. 이후 <막스 달튼 전시회>와 <우연히, 웨스 앤더슨>을 통하여 한국 대중에게 한걸음 더 다가선 감독은 특유의 색감과 균형미 외에도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에 녹여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감독의 영화 속 '새로운 사회에 던져진 이방인의 삶', '디아스포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디아스포라(영어: diaspora)는 특정 민족이 자의적이든지 타의적이든지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집단을 형성하는 것,
또는 그러한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을 뜻하는 그리스어 단어 διασπορά에서 유래한 말이다
새로운 정착을 목표하는 이주민들과, 이전부터 그곳에 머물던 토착민 사이의 갈등은 불가피하였고, 또한. 그들은 새로운 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길 원하고 고향을 그리워 하지만 그토록 원하던 고향은 단순히 지형적 장소가 아닌 그들의 추억 속의 장소 이기 때문에 그때 그 시절의 고향은 이미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돌아간들 그저 낯선 땅으로 전락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독은 사회적, 문화적 차이에 부딪히고 불안정한 생활 속에서 피어난 이주민들의 슬픔과 그리움을 자신의 영화 곳곳에 심어두었다. 그중 집중해볼 영화는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최근 개봉한 <프렌치 디스패치>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현 호텔의 주인 '제로 무스타파'가 호텔 보이이던 시절, 그의 선임이었던 '무슈 구스타프'와 함께 겪은 과거의 모험을 설명해주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호텔의 허드렛일을 맡아하던 '제로'의 이야기는 그의 선임 '무슈'의 질문에서 시작한다.
너는 도대체 왜 고향을 등지고 밑바닥 이민자로 살아가는 거야?
'전쟁이요'
그가 살던 '아크 살림 알 자밧(가상의 도시)'는 전쟁으로 인해 마을은 불탔고 아버지는 살해당했으며 마을 사람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그곳을 도망쳐 나왔다. 즉 그는 전쟁으로 인한 디아스포라 이자 난민이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은 마치 얼마 전 시리아를 빠져나와 터키와 유럽으로 향해야 했던 난민의 모습이나 시리아 내전으로 떠나야 했던 난민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만든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이런 주제 의식을 보일 듯 말듯하게 숨겨두고 크게 들어내지는 않는다. 잘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보야하는 풀꽃 같은 존재를 심어두곤 한다. 전쟁으로 파괴된 고향, 울면서 떠나야 했던 난민들 또는 이민자들 그리고 무시받고 하찮을 일을 할 수밖에 없던 그들의 모습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야기의 끝에서 '제로'는 오랜 모험의 끝에 '무슈'와의 유대감, 막대한 재산과 호텔,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 '아가사'와 아들을 얻게 된다. 하지만 뻗쳐온 전쟁의 손길은 그 모든 것을 잃게 만든다.
디아스포라 혹은 이민자의 목적이자 최종 목표는 화분이 분갈이하듯 새로운 땅에 정착하여 뿌리내리는 것이다. 새로운 가족을 새로운 땅에서 만들고 그들의 자손을 번창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간절하게 원했던 가족은 붕괴되었고, 그들 역시 새로운 땅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그는 혼자가 되었으므로 그는 실패하였고 또다시 이방인이자 혼자되었다.
그가 새 정부에게 전재산을 넘기면서 까지 지키고자 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더 이상 떠올릴 수 없는 고향을 대체할 노스탤지어적 상징물인 것이다.
현실의 디아스포라 역시 전쟁의 여파와 새 터전에서 정착하는 문제로 크고 작은 사회적 갈등을 빚어내고 있다.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뿌리를 내리고자 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이상은, 현실과 가상의 모든 디아스포라에게 노스탤지어적 상징물이 되었다.
프렌치 디스패치에서는 3번째 이야기 경찰서장의 전용식당에서 디아스포라 코드를 찾을 수 있다.
프렌치 디스패치의 시대적 배경으로 유추되는 1950-1960년대에는 다양한 이유에서 많은 디아스포라가 발생한 시기였다. 전쟁으로 인한 노동력을 위해, 제국주의와 식민지 개척을 위해 많은 이들이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우리는 프렌치 디스패치의 3번째 이야기, <경찰서장의 전용식당>에서 디아스포라 코드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영화에서 나오는 두 인물을 통해 디아스포라 코드를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 인물로 화자이자 이야기를 들러주는 내레이터인 로벅 라이트에게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에서 어떠한 이유인지 밝히진 않지만 프랑스 앙뉘(가상 도시)에 도착하였으며 도착한 지 일주일 차에 '잘못된 사랑'이라는 죄목으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수수께끼 투성이다. 그는 왜 그의 고향을 등지고 프랑스까지 와야 했으며 '잘못된 사랑'이 뭐길래 '닭장'이라 불리는 감옥까지 갔어야 했을까?
그에 대한 단서는 영화 중간중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이야기 초반 길을 찾는 장면에서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고백한다. 그리고 그는 음식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기 이전 다양한 글을 쓰곤 하였는데 특히 미국 내의 흑인, 프랑스 내의 흑인, 그리고 남부의 흑인 차별주의자에 대한 글을 쓴 걸로 보아 그가 살던 미국에서 사회적, 정치적 탄압을 피해 도망쳐온 디아스포라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영화 그린북에서도 볼 수 있는데 마치 동성애자이자 흑인이기 때문에 차별당하는 돈 셜리 박사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음식 칼럼니스트가 된 이유를 설명함으로써 그의 타지의 이방인으로써 살아가기는 그의 슬픔을 보여준다. 그의 회상 신을 보면
"친구 없는 외국인이 타지를 걷다 느끼는 슬픈 아픔 다움이 있다 그리고 난 앙뉘에서 그걸 느꼈으며 주로 혼자 그 감정을 공유했다"라고 고백한다. 그는 타지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으며, 외톨이였다.
그런 그가 항상 환영받을 수 있는 자리, 자신을 위한 자리는 오직 음식이 차려진 식탁. 즉 레스토랑이었다.
그렇게 차려진 성찬이 그의 친구이자 동료였으며 오직 위로받을 수 있는 자리였다. 어느 골목 어느 거리에 가더라도 음식점과 식탁은 항상 열려 있었으며 외톨이인 그를 환영해주었다. 그렇게 그는 자연스럽게 작가이자 기자에서 음식 칼럼니스트로 전향하게 된다.
두 번째는 경찰 경위 이자 유명한 셰프인 네 스카 피에이다.
이 캐릭터는 특이하게 영화 전체에서 유일한 동양인인데 이것은 이방인 캐릭터를 더욱더 드러나기 위해 만든 감독의 장치라고 생각된다.
<경찰 서장의 수석 셰프 '네 스카 피에'(스티브 박)>
그는 지방 소방서 수습에서 일을 시작하여, 최고 직위인 경찰 서장의 수석 셰프가 된 인물이다. 그의 이런 사회적 지위의 성장을 보면 마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제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네 스카 피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에서 전혀 다루지 않다가 영화의 끝부분에서 그의 대사를 통하여 그가 어떠한 인물인지 밝혀지게 된다.
로벅 라이트는 납치범들을 속이기 위해 맹독을 먹은 네 스카 피에를 칭찬하며 그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네 스카 피에는 대답한다.
저는 용감한 게 아닙니다. 그저 모두를 실망시키기 싫었어요.
저는 외국인 이잖아요
이 한마디의 대사에는 그가 이방인으로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보여준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1960년대는 인종차별이 만연하였고 또한 동양인 & 아시아인 또한 예외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소방 말단 수습에서 경찰 경위까지 올라온 성공한 이방인이었고 그는 아마 차별이 득실 되는 타지에서 살아남는 법을 아니, 실망시키지 않는 법을 알아냈을지도 모른다.
영화 속이든 현실 속이든 디아스포라, 즉 이방인들은 차별, 텃새 그리고 외로움과 싸우는 존재들이다.
또한 그러한 아픔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감독은 영화 속 로벅 라이트와 네 스카 피에의 마지막 대사로 그들은 위로하고 달래준다.
"저도 외국인입니다, 이 도시는 우리들로 가득하죠."
빠진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두고 온 뭔가를 그리워하죠
운이 따른다면
우리가 잊은 것을 찾아낼 겁니다.
한때 우리가 '집'이라고
불렀던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