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반대말
기억은 우리를 만들지만, 망각은 우리가 계속 살아가게 만든다.
보르헤스
먹을 입히고 추궁을 한다.
시커먼 얼굴을 하고 내게 물어댄다. 그래도 삶이 좋으냐고 거듭 말을 쌓는다.
그렇다면 아니라고 할 이유가 있겠나. 살아 움직일 수 있는데. 밥 한 숟갈 뜨고 정성을 느낄 수 있다. 바람을 쐐 내 살결을 받을 수 있다. 어찌 되었든 옛적의 것은 잊어버릴 수 있어.
그렇게 숨을 쉴 수 있어.
옛적의 것을 여전히 잊지 못한 채로 하염없이 복기되려는 나의 아픔이 나를 삼키기 전에, 나는 잊기 위한 하루를 보낸다.
숨을 들이쉬고 몇 초간 참는다. 다시 하늘을 바라보자면 잔잔토록, 허나 흥겹게 흐르고 있는 시간이 나를 마주한다.
어찌 되었건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오는 것이다.
어제는 보내고, 내일은 맞이하는 것이다.
오늘에 사랑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