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과 추억이라는 기억이 만든 나의 꿈
“기억이라는 평야와 넓은 궁전.”
- 아우구스티누스
염원: 늘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간절히 바라는 것.
살아가다 보면 기억이 늘어간다. 우리 앞에 펼쳐지는 무수히 많은 장면을 눈과 코, 귀, 살갗, 말투, 대화, 해석, 행동, 그런 것들로 꾸며나가며 우리 안에 담아두는 일이 많아진다. 이것을 우리는 상황을 경험한다고 한다. 나 자신이라는 아주 좁고 협착한 주체가 세상과 만난다. 그것을 기억에 담아둔다.
그리고 그 기억은 어느 새 나 자신을 구성하고 있다. 서서히 경험이 늘어남과 동시에 나도, 그리고 내가 바라보는 세상도 늘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기억 속에 깊이 자리한 몇 가지 장면들은 우리의 깊은 곳에 아득한 잔향을 새겨 한없이 피어오르는 순간을 만끽하게 한다. 이것을 추억이라고 부른다.
추억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현실을 뒤엎고, 감각을 멈추고, 눈앞에 갑자기 출현해버린다. 내가 길거리에 서서 바다 건너의 섬나라에서 보았던 것들을 떠오르는 데에 심취했던 것처럼. 일 년이 지났는데도 내 눈앞의 사람들보다 훨씬 생생했다. 기억이 살갗이라도 가지는 걸까. 아니면, 살갗을 가진 기억을 추억이라고 이르는 걸까.
세계가 차가울수록 따스한 추억이 기억에 남는다. 고통스러운 세상이 나에게 쏘아붙이듯 심한 짓을 했건만, 결국 남은 것은 아름다움이다. 누군가의 작은 품 덕분이다. 좋은 말 한 마디 덕분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 안에 깊은 추억이 되었기 때문이다.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품이 되고자 한다.
그렇게 추억은 향수가 된다. 그러나 이 향수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 되려 우리를 위한 것이 된다. 내가 기억하는 따스한 본향으로 너를 초대하여, 너의 추억이 될 기억을 남겨주기 위해서. 나는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해한다. 너는 새로운 기억을 받으며 행복해한다.
그러니, 언젠가 만날 어린 너를 위해 나는 큰 염원을 가진다.
간절한 나의 염원은 누군가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것이다. 원래 이 추억도 남이 준 것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내 안에 들어와 내 것이 되어있다. 간절한 힘으로 남아 선연하게 빛난다. 그 빛은 강한 염원이 되어서 너에게로 향한다.
길을 잃을 때마다 나의 염원을 떠올린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나타난 그 간절함을 바라본다. 그 염원은 또 다른 이의 염원이 되길 바라며, 나는 내 염원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