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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Sep 30. 2020

2인3각을 잘하는 비결


야유회나 체육대회에서 곧잘 하는 게임 중에 두 사람이 다리 한쪽씩을 묶고 달리는 ‘2인3각’이 있다. 이 게임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이유는 누가 이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팀은 출발과 동시에 넘어지고 한 발짝 움직이면 또 넘어지기도 한다.


달리기를 잘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넘어질 확률도 더 높다. 왜냐하면 자기 혼자만 뛰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함께 다리가 묶여 있는 파트너와 보폭과 속도를 맞춰야만 제대로 달릴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 게임에서는 서로 다리만 묶는 것이 아니라 손도 맞잡고, 어깨동무도 하고 “하나 둘 하나 둘” 외치며 보조를 맞춘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한다.


해 보면 알겠지만 2인3각은 넘어지지 않는 팀이 이긴다.


2인3각은 절대로 급하게 해서는 안 된다. 급하면 넘어진다. 빨리 일어서려고 급한 마음에 서두르면 또 넘어진다. 그래서 2인3각은 차분하게 게임을 조율해야 한다.


늦더라도 안 넘어지는 것이 실력이다.


자꾸 넘어지는 팀을 보면 파트너에게 불만의 빛이 역력하다. 얼굴빛이 벌겋다. 너 때문에 넘어졌다는 마음이 표정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2인3각에서 넘어지는 것은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두 사람이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서로 상대방과 맞추지 못한 것이다.


2인3각에서 넘어지지 않는 팀은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그들에게는 게임에서 1등을 하건 꼴찌를 하건 등수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파트너와 보폭이 잘 맞고 마음이 잘 맞고 호흡이 잘 맞아서 마냥 즐거운 것이다.


2014년 2월 21일 러시아의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 선수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러시아의 소트니코바 선수의 차지였다.


시상식에서 소트니코바는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웃음은 거기까지였다. 1등은 했지만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그녀의 1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금메달을 주기 위한 편파 판정이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올림픽이 끝났다. 소트니코바가 다른 대회에서 승승장구했다면 비판은 사라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도 못한 채 몇 년 후 쓸쓸히 은퇴했다.


반면에 은메달리스트였던 김연아는 많은 선수들과 팬들로부터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그녀는 메달 색깔보다 다른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치를 수 있었던 것에 더 만족했다.


대지주의 가정에서 태어나 공부도 많이 했지만 고향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전우익 선생은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을 썼다. 책 제목이 인상 깊다. 내용은 더욱 그렇다.


같이 살아야 재미있다. 함께 살아야 즐겁다. 더불어 살아야 잘 살 수 있다.


과수원 농사를 들여다보면 해마다 나무의 가지를 싹둑 자르는 때가 있다. 가지치기하는 것이다.


그 아까운 가지를 왜 자르냐며 가지를 길게 뻗을수록 열매를 많이 맺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농사를 몰라도 한창 모르는 사람이다.


큰 나무가 하나 있으면 옆에 있는 나무들은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한다. 가지가 길면 다른 나무에 방해가 된다. 적당한 크기와 길이로 잘라주어야 한다.


나무끼리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게 해 주고 어깨동무할 수 있도록 키높이를 비슷하게 맞춰주어야 한다. 그래야 과일이 튼실하게 주렁주렁 맺힌다.


보조를 잘 맞춰야 서로가 잘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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