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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r 03. 2023

이렇게든 저렇게든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


강원도 횡성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해 보니 가는데 두 시간이다.

오는데도 2시간 걸릴 터였다.

예전 같으면 하루가 다 날아간 것 같아 아쉬워했을 텐데 요즘은 이런 시간이 반갑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오디오북을 틀어 놓는다.

물론 내 눈으로 읽는 속도만큼은 안 되지만 2시간이면 스마트폰 속의 사람도 꽤 읽어준다.

왕복 4시간이면 책 한 권은 독파할 수 있다.

복잡한 내용의 책은 어울리지 않는다.

줄거리를 강조하는 이야기나 역사적인 이야기의 책이 제격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승만, 김원봉, 김구, 안창호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을 택했다.

마치 그분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인터뷰 형식으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김문 선생이 엮은 <내 직업은 독립운동이오>라는 책이다.

횡성까지 가는 동안 3분의 2 정도를 들었고 돌아올 때 마지막 페이지까지 들었다.

책 한 권 읽은 셈이다.




귀로 듣는 것도 독서냐고 따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책은 눈으로 봐야 하고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생각이 다르다.

책은 오감을 통해 읽을 수 있다.

눈으로 읽든지, 입으로 읽든지, 귀로 읽든지, 손으로 만져보면서 읽든지, 어떻게 읽더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쯤 되면 기억에 남는 것은 몇 가지밖에 없다.

대부분은 다 잊어버린다.

하지만 줄거리가 생각이 난다.

나중에 한 번 더 읽을 때가 되면 책의 내용들이 되살아난다.

이렇게 읽든 저렇게 읽든 읽는 게 중요하다.

전에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하루에 50권의 책을 읽는 사람을 봤다.

그 사람의 읽는 방식은 책 한 권에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한 문장씩 읽는 식이다.

리포터가 그게 독서가 되느냐고 물었다.

그때 그 독서광의 대답도 똑같았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읽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했다.




요즘 눈이 침침해지는 것 같아서 얼마 전에 안경점에 가서 시력 검사를 했다.

내 눈을 검사하신 사장님은 나에게 이미 노안이 진행 중이라고 하셨다.

단지 내 눈이 가까이 있는 것은 잘 보이고 멀리 있는 것은 희미하게 보여서 별 불편함이 없이 지내고 있는 거라고 하셨다.

별로 불편함은 없는 것 같지만 책을 읽을 때는 분명히 불편함을 느낀다.

그래서 점점 더 책을 읽기보다 듣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윌라 오디오북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은 성우가 직접 읽어준다.

그래서 귀로 듣기에 참 편하다.

지자체나 기관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도서관에서는 TTS라는 책 읽어주는 서비스가 있다.

기계가 읽어주는 것이지만 꽤 들을 만하다.

요즘에는 기술이 많이 발달되어서 직접 사람이 읽어주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PDF파일은 책 읽어주는 서비스가 한정적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PDF파일도 잘 읽어준다.




책을 읽든 듣든 책을 가까이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

중국 근대화의 아버지인 쑨원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손에 책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면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습관도 있었다고 한다.

쿠바의 혁명지도자인 체 게바라도 늘 책을 손에 들고 있었다고 한다.

안중근 열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지낸 18년 동안 엄청난 양의 책을 읽었고 엄청난 양의 작품을 써냈다.

시대가 많이 발전해서 굳이 책에서 정보를 발견하지 않아도 컴퓨터가 금방 정보를 제공해 준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과학기술로는 직접 책을 읽는 것을 따라올 수 없다.

서서히 내 눈으로 책을 읽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귀로 책을 듣는 일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나는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으로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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