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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Oct 01. 2020

요즘 애들은 저래


언젠가 길을 가다가 교복 입은 학생이 담배를 꺼내 무는 모습을 보았다. 고등학생이었을 것이다. 바른생활맨 기질이 발동하여 그 녀석에게 다가가서 “야! 너! 교복 입은 녀석이 여기서 담배를 피우고 있어?” 그 순간 그 녀석이 나를 째려보더니 “에이 씨!” 하면서 땅에 침을 뱉고 가버렸다.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나 자신이 멋쩍었다. 생각해보니 그 녀석이 그렇게 가버린 것이 다행인지도 모른다. 요즘 애들은 위아래도 몰라본다고, 예의도 없다고 하는 말들을 주변에서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길을 가다가 중고등학생을 만나면 피해서 가라고들 한다. 특히 중학교 2학년은 핵무기를 가진 김정은도 무서워한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의 말과 행동이 어른들을 당황스럽게 하면 “요즘 애들은 왜 저래?”라는 말이 툭툭 튀어나온다.





어른들은 요즘의 젊은 세대와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생각이 달라졌다고도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저 나이 때에는 이러지 않았는데”라는 말을 반복한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과연 내가 자랄 때는 소통이 잘 되었는지. 예의범절을 잘 지켰는지.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답이 나왔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오십보백보이다. 소통? 예전에는 소통이라고 할 것도 없다. 윗사람이 말을 하면 아랫사람은 듣는 것 밖에 없다. 아랫사람에게 아무리 좋은 생각이 있더라도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예의범절? 그렇지.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다. 그런데 이 예의도 오로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거의 전부였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아무렇게나 해도 흉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예의범절이 좋았다고 할 수 있을까?



엄한 아버지 아래서 성장하면서 나는 웃어른을 대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아버지는 아버지이고 어머니는 어머니였다. 아빠나 엄마라는 말을 해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내가 나중에 어른이 되면...’ 하고 몇 가지를 써 내려갔다. 그중의 하나가 ‘내가 어른이 되면 아이들과 다정하게 지내야지. 같이 시장에도 가고 손잡고 길을 걷기도 하고.’라는 것이다. 지금은 이러한 광경을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는데 한 세대 두 세대 전만 하더라도 보기가 쉽지 않은 풍경이었다. 이렇게 친근하게 지내다 보니 아이들은 부모 앞에서 스스럼이 없어졌다. 이런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한다.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고, 예의를 모르는 아이들이라느니 이상한 세대라느니 하지 말자.

기나 긴 역사 속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에 맞추며 살았다. 순응하며 살기도 하고 변화의 바람이 불어 혁명을 꿈꾸기도 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는 온 나라가 혼란스러웠기에 수많은 사상가들이 나와서 자신의 가르침대로 다스리면 나라가 안정된다고 하였다. 그들을 ‘제자백가(諸子百家)’라고 한다. 어진 마음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공자, 자연 그대로의 자유를 강조한 노자, 엄격한 법을 내세운 한비자 등이 대표적이다. 어느 것이 좋은 것인지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다.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서 이런 사상을 택하기도 하고 저런 사상을 택하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의 시대는 분명히 우리의 시대와 다를 것이다. 그러니 우리와 똑같은 생각과 모습으로 살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와 달라야 정상이다. 그러니 “요즘 애들은 왜 그래?”라고 하지 말자. 오히려 “요즘 애들은 저래야 해!”라는 말도 좀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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