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가로 세로 30Cm되는 나무통에 보리씨앗을 심고는 실험실 한 구석에 두었다. 몇 달이 지난 후에 보니 보리는 싹을 틔우고 자라서 이삭을 맺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양이 보잘 것 없었다.
하기는 학생들이 제대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영양분이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다. 그러니 보리 이삭도 영양실조에 걸린 것처럼 볼품없었다.
그 보잘 것 없는 보리를 갖다 버리려고 했는지 나무통을 깼다가 학생들은 보리의 뿌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보리의 뿌리는 매우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었는데 조심히 뿌리를 풀어서 그 길이를 측정해 보았더니 무려 11,200km나 되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가 400Km 정도인데 이 나무통 안의 보리는 서울과 부산을 12번이나 오갈만큼의 긴 뿌리를 가지고 있었다.
왜 보리는 그렇게 긴 뿌리를 가지게 된 것일까? 실험실의 환경이 너무나 안 좋았기 때문이다.
가로 세로 30Cm밖에 안 되는 좁은 공간에 심긴 씨앗은 그 통 안에서 최대한 영양분과 수분을 섭취해야 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제때에 물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보리는 뿌리를 최대한 길게 늘어뜨리면서 한 방울의 물이라도 빨아들이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엄청난 길이의 뿌리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시형 교수와 박상미 교수가 함께 펴낸 책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나오는 내용이다.
보리 씨앗에게 한 뼘밖에 안 되는 흙에 부족한 영양분, 그리고 갈증은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다.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었다. 가만히 있었으면 말라 죽었을 것이다. 그래서 보리는 몸부림치며 뿌리를 뻗었고 결국에는 살아남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삭을 보고 열매를 보면서 그 평가한다. 하지만 식물을 잘 아는 사람은 열매보다 뿌리를 본다. 뿌리에 식물의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다.
암벽의 갈라진 틈에 뿌리를 박은 소나무는 한 해 두 해 자라가다가 언젠가는 그 거대한 암벽을 쩍 하고 갈라버리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 땅 속에 자리하고 있다고 해서 뿌리를 무시할 수 없다. 뿌리의 길이가 긴만큼 식물은 더 굵고 크게 자란다.
빨리 싹을 틔우지 못한다고, 남들처럼 성장하지 못한다고, 제때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너무 나무라지도 말고 자책하지도 말자.
남들보다 더 깊게, 더 넓게 뿌리를 뻗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자.
대기만성(大器晩成)! 큰 그릇은 천천히 만들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생각도 그렇게 해 보자.
만약 지금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라면 처절하게 몸부림치면서 뿌리를 내려야 한다. 한 순간도 멈추거나 게으르면 안 된다.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리석은 사람 같아 보여도 매일같이 꾸준하게 흙을 파서 옮기는 노인은 나중에는 거대한 산도 옮긴다고 하지 않는가? 조금 해보다가 안 된다고 쉽게 포기해 버린다면 아이오와대학 실험실의 보리만도 못한 사람이다.
형편없는 열매를 맺더라도, 실패를 하더라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설령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그 실패는 또 다른 경험이고 교훈이기도 하다. 다음에 시도할 때는 이전에 실패한 방법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를 많이 할수록 성공할 확률도 점점 높아진다.
그러니 상황에 연연하지 말고 보리처럼 꾸준하게 뿌리를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