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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Oct 02. 2020

평화의 연주자 파블로 카잘스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인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는 187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남쪽의 카탈로니아에서 태어났고 시골교회 오르가니스트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열 살 때부터 첼로를 배울 수 있었다. 

카잘스의 실력은 너무 뛰어나서 그가 연주하는 곳은 술집이든 도박장이든 콘서트홀이 되었다. 


그는 첼로를 더 잘 연주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독특한 운지법을 개발하여 이후 첼로 연주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그리고 열세 살 때는 헌책방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100년 동안 묻혀있었던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악보를 발견하였다. 그 때부터 무려 12년 동안 부지런히 연습하여 비로소 그 곡을 연주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카잘스는 더욱 유명해졌고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첼로 연주의 바이블이 되었다.     




그는 사비를 털어 바르셀로나 카잘스관현악단을 조직하여 고향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봉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1936년 파시스트 정권이 바르셀로나에 침입하자 관현악단을 해산하였고, 이후 1939년에는 프랑코 독재정권이 스페인을 점령하는 한 절대로 첼로를 연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로 인해 10년 동안 카잘스의 연주를 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카잘스가 숨죽여 지낸 것은 아니다. 

그는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조국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였다. 


1950년 바흐 서거 20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다시 활동을 재개한 카잘스는 97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 

그가 95세 때에 어느 기자가 찾아와서 “선생님은 최고의 첼리스트인데 아직도 하루에 6시간씩 연습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여쭈었다. 

그때 카잘스는 “왜냐하면 지금도 내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라는 유명한 대답을 하였다.     




한 분야의 최고 자리에 오르면 어지간한 사람은 그 자리에 오기까지 자신이 흘린 땀과 눈물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런데 그 높은 자리를 마다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재능과 소유를 내어놓는 경우는 흔치 않다. 

후배들을 위해서 험난한 길을 편평하게 닦아주는 선배도 드물다. 나라와 민족의 아픔을 보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자신의 생애를 내어던지는 사람을 보기는 정말 힘들다. 

그리고 초지일관 자기 자신을 다스리며 흔들리지 않는 사람을 보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그런데 카잘스는 그런 삶을 살았다. 그래서 단순히 한 사람의 첼로리스트가 아니라 위대한 음악가요, 스승이요, 인생의 선배요, 민족의 지도자요, 세계 평화의 위인으로 추앙을 받게 된 것이다.     




카잘스가 살았던 시대는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조국 스페인의 내전, 그리고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냉전의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런 시대에 그는 모든 사람이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다. 


1971년 10월 24일에 그가 유엔총회에서 연주하게 되었다. 유튜브를 통해서 그때의 카잘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95세였던 그의 목소리에는 비장함의 눈물이 배어 있다. 


“나는 이 곡을 14년간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꼭 연주해야 합니다. 이곡은 ‘새들의 노래’라는 곡입니다. 이 새들은 하늘로 날아올라 ‘피스(Peace)! 피스(Peace)! 피스(Peace)!’하는 소리를 내며 노래합니다. 이 곡은 내 고향 카탈로니아의 영혼입니다.” 


평화(Peace)를 외치는 새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카잘스는 평화를 외치는 한 마리 새처럼 연주하였고 평화를 외치며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파블로 카잘스의 '평화의 새' 이야기

https://youtu.be/_T8DjwLt_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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