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Apr 02. 2023

힘이 들 때 생각나는 사람, 권정생 선생


1937년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해방을 맞아 고국에 귀국했지만 너무나 가난한 살림이었다.

어려서부터 나무장수, 고구마장수, 담배팔이를 했다.

열아홉 살 나이에 늑막염과 폐결핵에 걸렸다.

더 이상 집안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집을 나갔다.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대구, 김천, 상주, 문경을 떠돌며 얻어먹고 빌어먹으며 살았다.

죽으려고 했지만 죽을 용기가 없었다.

깡통에 밥을 꾹꾹 눌러 담아주던 식당 아주머니가 있었다.

길바닥에 쓰러져 있을 때 물을 길어다 준 할머니가 있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은 죽을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그에게 살라고 살라고 다독여주었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 어디에 필요가 있겠느냐고 마음속으로 묻고 묻고 또 물었다.

1967년에 우연히 경상북도 안동에 있는 어느 교회의 종지기가 되었다.

겨우 거주지가 생겼다.

정말 다행이었다.




틈이 나는 대로 글을 썼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것,  냄새난다며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 같은 것, 이름도 없는 흰둥이 개가 싸질러 놓고 간 똥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른들은 똥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나 똥 이야기를 하면 좋아한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부모들이 사서 읽다가 부모들이 눈물을 흘렸다.

지금까지 한국 동화 중에 제일 유명한 책일 것이다.

<강아지 똥>이다.

그리고 작가 권정생 선생이다.

권정생 선생은 가난한 사람, 약한 사람, 별 볼 일 없는 사람, 버려진 사람, 고통과 고독 속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모두가 다 강아지똥 같은 처지였다.

세상이라는 밝은 그림에 어울리지 않는 어둡고 추한 소재들이었다.

하지만 강아지똥이 있었기에 민들레 씨앗이 그곳에 정착할 수 있었고 강아지똥 때문에 하얀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사람들은 더럽고 추하고 어두운 것들은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것만 보여주려고 한다.

강아지똥 같은 것은 치워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권정생 선생은 어두운 그늘이 있기 때문에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감추려고 하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어두운 것도 그대로 보여주는 게 낫다고 했다.

그 어두운 것도 자세히 보면 필요한 구석이 있고 유익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어두운 세상 속에서 자신의 삶을 찾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의 이름 정생(정생)처럼 그도 올바른 삶을 살아가려고 했다.

쉽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도 힘들어했다.

울고 울고 또 울고 있다.

그러다가 한번 웃는다.

그들에게도 웃는 날이 온다.

우는 날이 있었기에 웃는 날도 있다고 말한다.

<몽실언니>에서도 그랬고 <한티재 하늘>에서도 그랬다.




권정생 선생은 2007년 5월 17일에 세상을 떠났다.

선생의 장례를 지켜보던 마을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혼자 사는 외로운 노인으로 생각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조문하며 눈물 흘리는 걸 보고 놀랐고, 가난한 노인인 줄 알았는데 10억 원이 넘는 재산과 해마다 수천만 원의 인세수입이 있는 작가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선생의 유언 내용을 듣고 놀랐다고 한다.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제 예금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측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그리고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주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아무리 힘들어도 권정생 선생만큼 힘들었을까? 

힘이 들 때면 권정생 선생을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도 나는 나에게 불어올 바람을 맞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