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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승자도 없고 영원한 패자도 없다

by 박은석


프로야구를 좋아한다.

엘지 트윈스 팀의 경기를 좋아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프로야구 원년 때인 1982년에 MBC청룡이란 이름이 좋아서 그 팀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방망이를 휘두르면 열 번 중에 네 번 이상은 안타를 쳤던 백인천이란 선수가 인상 깊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연고지가 서울이라는 점이 내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다.

서울이라면 모든 것이 다 좋을 것이라고 여겼던 때였다.

동생은 당시 최고의 투수인 박철순 선수를 좋아했기에 자연히 OB베어스 팬이 되었다.

야구 장비가 마땅치 않았던 우리는 각목 하나를 구해서 테니스공을 야구공 삼아 던지고 치며 놀았다.

공도 없고 같이 놀아줄 친구도 없을 때는 돌멩이를 토스해서 방망이로 치면서 놀았다.

그때는 혼자서 해설자도 되었고 캐스터도 되어다.

“MBC청룡의 4번 타자 백인천 선수가 나왔습니다.

쳤습니다! 홈런, 홈런입니다!”하면서 재밌게 놀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OB베어스가 연고지를 서울로 옮겼다.

전에는 충청도였던 것 같은데 갑자기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MBC청룡과 함께 집주인이 누구냐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당연히 처음부터 서울을 연고지로 삼았던 MBC청룡이 서울 팀이라고 했다.

하지만 동생을 비롯한 OB베어스 팬들은 자신들이 새로운 서울의 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OB베어스 팬들은 프로야구 원년부터 베어스가 우승을 했기 때문에 기세가 등등했다.

OB베어스가 홈구장을 동대문야구장에서 잠실야구장으로 옮긴 후에는 MBC청룡과 OB베어스 팬들 사이의 신경전이 더욱 심해졌다.

서로 상대편을 향해서 방을 빼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프로야구 판에서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자신이 주인임을 증명하는 방법이 있었다.

상대방과의 경기에서 이기면 되는 것이었다.

셋방살이 가족보다 주인이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면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MBC청룡은 LG트윈스로 이름을 바꿨고 OB베어스는 두산베어스로 이름을 바꿨다.

팀 이름은 바뀌었지만 팬들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각자의 팀을 응원했다.

나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MBC청룡은 OB베어스에게 약했고 LG트윈스는 두산베어스에게 약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내 청춘의 시절이었던 1990년대에는 LG트윈스가 강했다는 것이다.

그때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두 팀의 경기는 지금도 라이벌전이라고 한다.

하지만 엄격하게 보면 라이벌이라고 하기에는 LG트윈스의 성적이 부끄러웠다.

2018년에는 16번의 경기 중에 고작 한 경기만 승리했었다.

그때는 두산베어스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예 중계방송을 보기조차 싫었다.

LG트윈스는 두산베어스의 보약이라는 말도 나돌았다.

그때는 두산베어스가 너무너무 얄미웠고 내가 LG트윈스의 팬이라는 게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두산이 리그 최강의 팀이 된 후에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도대체 두산의 저력이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두 팀 간의 경기 양상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다시 1990년대 두 팀 간의 경기력을 보이는 것 같다.

이번에는 두산이 LG의 밥이 된 기분이다.

도대체 그렇게 강하고 강했던 두산은 어디로 간 것일까?

두산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었던 LG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해설자들은 “이게 바로 야구입니다.”라는 말만 한다.

논리도 안 맞는 말이다.

도대체 야구가 뭐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영원한 승자도 없고 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말 정도이다.

이겼다고 자만할 것도 아니고 졌다고 기죽을 것도 아니다.

지금은 이렇지만 내일은 다를 수도 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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