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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

by 박은석


프랑스의 작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그 내용은 이렇다.

한 젊은이가 알프스산맥의 인적 없고 단조로운 곳을 여행하고 있었다.

며칠을 걸은 뒤 한 마을에서 야영을 하게 되었는데 그곳은 매우 황폐하여 우물도 바싹 말라붙어 있었고 물도 없었다.

사방이 메말라 거친 풀들과 바람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곳 고지대 기슭에는 서로 멀리 떨어진 몇 개의 마을이 있었고 마을에는 숯을 만들어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이기심에 차 있었고 분별없는 야망과 욕심으로 마을을 벗어나려고만 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숯을 파는 것, 교회에서 자기 자리를 정하는 것 등을 놓고도 경쟁하고 다투고 있었다.

거기서 젊은이는 나이 많은 양치기 목자와 만났다.

그 목자는 고독해 보였지만 황폐한 곳에서 사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어 보였다.




양치기 노인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젊은이는 다음날 노인의 뒤를 따라나섰다.

양치기 노인은 양떼에게 풀을 먹이면서 틈만 나면 주머니에서 도토리를 꺼내 땅에다 심었다.

노인이 도토리를 심은 지는 꽤 오래되었다.

오래전에 부인을 잃은 후, 개 한 마리와 살아가는 양치기 노인은 무언가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황무지에다 도토리를 심게 되었다.

나무가 없는 땅은 죽은 땅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노인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노인은 어떻게든 그 땅을 살리려고 했다.

땅을 살리려는 나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인은 땅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젊은이는 거기서 노인의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그다음 해에 그만 전쟁이 일어나 젊은 이들은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다.

소년은 전쟁터에서 5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났다.




전쟁이 끝난 후 젊은이는 다시 그 산골을 찾아갔다.

그 산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저 멀리에서 잿빛 아지랑이 같은 것이 융단처럼 펼쳐져 있는 게 눈에 보였다.

그곳에는 예전에 그 노인이 심은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어서 거대한 떡갈나무 숲으로 변해 있었다.

젊은이는 단숨에 양치기 노인의 집으로 달려갔다.

양치기 노인은 예전보다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젊은이를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여주었다.

양치기 노인은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중에도 꿋꿋이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 나무들이 자라서 온 산을 떡갈나무 숲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10년 전에 심었던 도토리가 뿌리를 내려서 어른 키보다 훨씬 더 크게 자라나 있었다.

젊은이는 하루 종일 숲 속을 돌아다녔다.

숲은 길이가 11킬로미터나 되었고 폭도 3킬로미터 정도로 넓었다.

그곳에 온갖 나무와 화초가 즐비하였다.




숲에는 떡갈나무뿐만이 아니라 너도밤나무도, 자작나무도 울창하게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물 한 모금 찾을 수 없었던 그곳에 시원한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아무도 살 수 없었던 황무지가 이제는 낙원으로 변해 있었다.

나무가 자라나면서 시냇물도 다시 흐르게 되었고, 산토끼와 멧돼지 같은 짐승들도 다시 찾아들었다.

그리고 사람들도 하나둘씩 모여들어 채소밭도 가꾸고 목장도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살고 있는 환경이 달라지기를 기대했었다.

가난과 각박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환경을 벗어나려면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을 했다.

더 많은 나무를 베어서 더 많은 숯을 만들고 더 많은 숯을 팔아서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장사꾼의 마음이 우리에게도 있다.

그러나 있는 나무를 자르면서만은 살 수가 없다.

누군가는 나무를 심어야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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