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이라는 말만 들어도 온몸이 오싹하게 한기가 도는 것 같다.
북위 37도에 위치한 대한민국보다 위도가 두 배나 더 높은 곳, 북위 74도에서 81도에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가 있다.
노르웨이도 추운 나라인데 노르웨이에서 가장 추운 곳이 이곳 스발바르제도이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의 다산과학기지도 있고 각국의 위성기지국도 있다.
그리고 매우 특이한 은행도 하나 있다.
바로 스발바르 국제종자은행이다.
이곳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씨앗들을 보관하고 있는 씨앗저장창고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는 1,400여 곳에 종자, 유전자은행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발바르 국제종자은행이 특별한 이유는 전 세계 종자들의 복제 샘플을 모두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곳에 보리, 콩, 벼 등 1만 3,000여 점의 씨앗을 이곳에 맡겼다.
그러니까 스발바르 국제종자은행은 종자은행들의 중앙은행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에 지구상에 엄청난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일어나서 농작물의 씨앗이 멸종된다면 그때는 지구 멸망의 날이 될 것이다.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냐고 웃어넘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기회가 있을 때 씨앗들을 보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어서 전 세계 각지에 종자은행들이 세워졌고 노르웨이 정부가 적극 협력하여 스발바르에 종자은행을 만들게 된 것이다.
120m 깊이의 바위 속에 축구장 넓이로 건설되었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더라도 침수되지 않도록 해발 130m의 산기슭에 자리 잡았다.
핵전쟁, 소행성 충돌 등의 재앙이 발생하더라도 견딜 수 있게 만들었다.
종자는 밀봉된 봉투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금속제 선반에 수납된다.
종자의 노화를 늦추기 위해서 저장실 내부의 온도는 영하 18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 보관된 종자는 씨앗이 완전히 멸종되거나 파괴되었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외부로 꺼낼 수 있다.
그러나 종자 수집가들은 이곳에 들어온 종자가 영원히 밖으로 나오지 않기를 희망한다.
즉 지구환경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하루라도 방심하면 지구 어느 곳에서는 종자 하나가 멸종될 수도 있다.
인류가 농경문화를 일구기 전에는 식물의 종류가 지금보다 훨씬 다양했을 것이다.
산업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꽤 많은 종자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가 농사를 지으면서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으로 식물을 구분했다.
자연히 인류가 먹지 않는 식물은 멸종되었고 먹을 수 있는 식물은 재배지가 훨씬 넓어졌다.
산업화 이후에는 이런 추세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었다.
지구의 모든 땅에서 벼와 밀, 옥수수와 감자 같은 것만 재배된다면 그곳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 될 것이다.
지구가 아름다운 이유는 지구상에 온갖 다양한 동물과 식물이 어울려 있기 때문이다.
봄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산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아주 연한 초록에서 짙은 녹색까지 천차만별의 잎사귀 색깔이 어우러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다양한 모양의 사람들이 어울려서 울고 웃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보이저 1호가 우주를 날아가다가 지구를 뒤돌아보았을 때는 창백한 푸른 점으로밖에 안 보였다.
하지만 그 푸른 점 안에는 무궁무진한 색깔들이 존재하고 있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도 아름답고 썩은 냄새 풍기는 고인 물도 아름답다.
화성을 돌아다니고 있는 로보트가 썩은 물 한 웅덩이만이라도 발견한다면 전 세계 과학자들은 환성을 지르며 난리를 칠 것이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곡물일지라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풀꽃일지라도 모두가 소중한 씨앗들이다.
잘 지키고 물려주어야 할 아름다운 씨앗들이다.
++ 사진자료 : 스발바르 국제종자은행 (다음백과 https://100.daum.net/multimedia/41_20000057_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