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에 누리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보는 것이다.
축구에 대한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어느 특정한 팀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텔레비전에 손흥민 선수가 나오면 반갑고 그가 골을 넣는 모습을 보면 더욱 반갑기 때문에 그의 경기를 본다.
솔직히 토트넘에 어떤 선수들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몇몇 선수들의 이름만 기억할 정도이다.
그러니까 축구에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흘깃흘깃 보는 정도이다.
그런데 어젯밤 경기에서 손흥민의 팀인 토트넘이 1대 6으로 대패했다.
경기 시작 10분 정도 지났을 때 시청을 시작했는데 그때 이미 0대 3이었다.
처음에는 방송 자막이 잘못 나온 줄 알았다.
경기 초반에 골이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10분도 안 된 상황에서 연거푸 내리 3점을 얻는 경우는 축구에서 보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송사고가 아니라 실제로 토트넘이 3골을 먹은 것이었다.
어쩌다가 억세게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토트넘이 곧 골을 넣고 경기를 따라잡으리라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나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토트넘은 두 골을 더 얻어먹었다.
0대 5로 진 상태로 전반전이 끝났다.
후반전을 보고 싶은 생각이 싹 가셨다.
나중에 경기 결과를 보니 1대 6으로 졌다.
그나마 0패는 모면했다는 게 위안거리였다.
영국 축구계에서 난리가 난 것 같았다.
하루가 지난 오늘 뉴스에 토트넘에 대한 기사가 줄을 이었다.
몇몇 선수들의 실수를 지적하는 기사도 있었지만 토트넘이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진 것에 의아해하는 기사들도 있었다.
공은 둥글다.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른다.
그래서 제아무리 강팀이라도 약팀에게 질 수 있다.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대등한 수준의 팀끼리 경기했을 때 이처럼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지는 일은 극히 드물다.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전반전 경기 내내 해설자는 수비수 몇 명의 이름을 대면서 그들의 실력을 질타하였다.
내가 봐도 수비수들 간의 조직력이 약해 보였다.
상대편 공격수들에게 너무나 쉽게 공간을 내주고 있었다.
선수 교체를 해야 한다는 말이 뒤를 이었다.
세계 최고의 리그이고 그 리그에서도 상위권에 속한 팀인데 선수들 간의 실력 차이가 현격하게 컸다.
선발 출전하는 선수와 교체 출전하는 선수 간의 실력도 차이가 있었고 벤치를 지키고 있는 후보 선수와의 실력 차이도 너무나 컸다.
그러다 보니 선발로 출전하는 선수 한두 명을 새로운 선수로 내세웠을 때 팀 전체의 경기력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선수들만의 실력 탓이 아니다.
그 선수들의 실력을 향상시키지 못한 관리자들의 탓도 크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다칠 수 있고 쉬어야 할 때가 있다.
그때 그 빈자리를 메꿔줄 후보 선수들을 잘 준비시키는 팀이 강팀이다.
스포츠팀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은 크게 3그룹의 팀원들로 조직되어 있다.
첫째는 주전 선수처럼 그 조직을 안정적으로 만들어가는 팀원이다.
둘째는 최전방 공격수나 중앙수비수처럼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인물이다.
셋째는 후보 선수처럼 조직에 비상이 걸렸을 때 얼른 그 자리를 메꾸는 팀원이다.
이들은 조직이 위기에 처하면 언제든지 뛰어나갈 수 있도록 준비된 자원이다.
지금 당장 도움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있음으로 인해서 조직이 안정감을 얻는다.
어제 경기에서 토트넘은 후보 선수들을 잘 키우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받았다.
핵심 인물 한 사람에 의해서 승리를 쟁취하는 팀은 없다.
핵심 인물은 강력한 주전과 함께 있을 때 능력이 드러나고 강력한 주전은 준비된 후보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후보가 강한 조직이 강팀이 된다.
후보를 잘 키우는 조직이 승리한다.
후보가 승리의 열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