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이었다.
초반부터 심상치 않았다.
책 읽기의 페이스를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생업 전선에서 여러 일들이 있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도전의식을 불태웠었다.
하지만 한 달을 지내놓고 보니 결과는 처참했다.
지난 1월에 독서 실적이 저조하다고 했는데 4월은 1월보다 더 적었다.
작년의 기록을 찾아보니 작년보다 9권이나 줄었다.
사실 4월 초순에 조금 둔화된 독서 속도를 하순에는 만회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은 내가 주물럭거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4월 말에는 4월 말대로 바쁜 일들이 있었다.
한 해의 3분의 1이 지났다.
이런 페이스라면 12월 말에 간신히 300권을 돌파할 것 같지만 4월의 흐름이 5월에도 계속 이어진다면 목표량을 채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5월이라고 해서 만만한 시간들이 아니다.
5월에는 5월의 일들이 있다.
그러니 책 읽기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 더욱 분발해야 한다.
책 읽기 운동을 펼치면서 한 달 한 달 독서 목록을 기록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일단은 그 기록은 내가 무슨 책을 읽었는지 기억할 수 있게 해 준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읽은 책을 다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읽은 책의 제목도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저자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런데 한 달의 끝에서 그달의 독서 목록을 살펴보면 ‘아! 내가 이런 책을 읽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 외에도 독서 목록을 적어두면 책 읽기의 승부욕을 이끌어낼 수 있다.
지난달보다 더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고, 작년 같은 달보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게 된다.
이것도 기록의 장점이다.
그리고 독서 목록의 또 하나의 장점을 꼽으라면 내가 지금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깨우쳐 준다는 점이다.
독서 목록을 보면 그달에 특별히 관심을 많이 기울였던 분야가 어떤 쪽이었는지 알 수 있다.
4월의 독서 목록을 보니 짧지만 굵직한 지식과 정보에 내가 관심을 가졌었다.
특히 EBS지식채널에서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내용들을 좋아했다.
짧은 분량으로 압축한 정보였기에 단기간에 많은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4월의 독서는 당장에라도 써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과도 같은 책들을 골라 읽었다.
긴 호흡과 인내력을 가지고 읽는 책들이 아니었다.
다양한 지식 정보였지만 깊이 있는 지식은 아니었다.
딱 내가 알고 싶은 만큼 알려준 책들이었다.
내가 이런 종류의 책들을 즐겨 읽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아마 매일 쓰는 브런치 칼럼 때문일 것이다.
최근 들어 부쩍 칼럼을 쓰기 힘든 날들이 많다.
하루의 시곗바늘이 다 돌아가는데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하는 날들이 생기고 있다.
글의 소재를 찾지 못하고 내 머릿속의 지식도 고갈된 탓이다.
그래서 더 많은 정보를 찾느라고 그런 책을 읽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짧고 다양한 지식을 제공하는 책들이 주는 유익도 많다.
그중의 하나는 그 책에서 알려준 지식을 바탕으로 해서 그 분야의 책들을 읽을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시카고 플랜>이란 책의 부록 부분에는 시카고대학교에서 제시한 도서 목록이 나온다.
그 목록을 보고 내가 안 읽어본 책을 찾았다.
당장 눈에 띄었던 책이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였다.
읽어야 할 책을 발견했으니 찾아서 읽는 일만 남았다.
당장 전자도서관을 수소문해서 <안티고네>를 대출받아서 읽었다.
사람이 자기 친구에게 또 다른 친구를 소개해주는 것처럼 좋은 책은 또 다른 좋은 책을 소개해준다.
분량이 짧은 책이라고 무시할 수 없고 내용이 허접하다고 해서 가치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영향을 끼친다.
책 읽기 운동을 벌이는 나는 날마다 달마다 해마다 그런 도움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
83. <지식e SEASON 4>. EBS지식채널 e. 북하우스. 20230401
84.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천위안. 정주은. 리드리드출판. 20230403
85. <너무 맛있어서 잠 못 드는 세계 지리>. 개리 풀러, T.M. 레데콥. 윤승희. 아름다운 사람들. 20230404
86. <인류의 진화는 구운 열매에서 시작되었다>. 김상현. 필름출판사. 20230405
87. <죽음에 이르는 병>. 쇠렌 키르케고르. 이명곤. 세창출판사. 20230407
88.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 천위안. 정주은. 리드리드출판. 20230408
89. <지식e SEASON 5>. EBS지식채널 e. 북하우스. 20230408
90. <플라톤의 국가 – 정의에 이르는 길>. 김주일. EBS. 20230409
91. <렘브란트는 바람 속에 있다>. 러스 램지. 정성묵. 두란노. 20230410
92. <지식e SEASON 6>. EBS지식채널 e. 북하우스. 20230412
93. <지식e SEASON 7>. EBS지식채널 e. 북하우스. 20230414
94. <지식e and>. EBS지식채널 e. 북하우스. 20230416
95. <감각의 박물관>. 다이앤 애커먼. 백영미. 작가정신. 20230418
96. <오십에 읽는 순자>. 순자. 최종엽. 유노북스. 20230420
97. <시카고 플랜>. 디오니소스. 다반. 20230424
98. <안티고네>. 소포클레스. 강태경. 홍문각. 20230422
99. <신의 전쟁>. 카렌 암스트롱. 정영목. 교양인. 20230426
100. <신 없음의 과학>. 리처드 도킨스 외. 김명주. 김영사. 20230427
101.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올리버 색스. 양병찬. 알마. 2023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