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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y 04. 2023

지도자는 어떠한 사람이어야 하는가?


중국 당나라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당나라 두 번째 임금인 태종 이세민은 자신의 치세 동안 연호를 ‘정관(貞觀)’으로 삼았다.

곧을 정(貞) 자에 볼 관(觀) 자를 썼으니까 세상을 바르게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여러 신하들과 국가의 정사를 의논했고 그 내용을 <정관정요(貞觀政要)>라는 책으로 남겼다.

‘정요(政要)’는 ‘정치의 요체’라는 뜻이니까 <정관정요>는 당 태종의 정치학을 정리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서두에 태종은 임금으로서 백성을 다스리는 도리를 밝혔다.

군도(君道) 즉, 임금의 가치관인데 그는 모든 정치의 근본은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라고 하였다.


“임금 된 자의 도리는 먼저 백성을 안전하게 해 주는 것이다.

만약 백성에게 손상을 입히면서도 임금을 받들게 한다면 이는 마치 자신의 허벅지를 베어 먹고 배를 채우는 것과 같다.

먹어서 배는 부를지 모르나 그 몸은 곧 죽고 말 것이다.”




이어서 그는 계속 말하였다.


“만약 천하를 안정시키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자기 자신부터 올곧게 세워야 한다.

자신의 몸이 똑바른데 그림자가 굽게 생기지는 않는다.

윗사람이 다스려지는데 아랫사람들이 혼란한 경우는 없다.

자기 몸을 상하게 하는 것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즐기고 탐욕을 품는 것 때문에 화를 자초하는 것이다.

탐닉에 맛을 들인다거나 가무와 여색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면 손실이 커질 것이다.

욕망이 많아지는 만큼 손실도 많아진다.

그런 것들은 정치에 방해가 되면서 또한 백성을 못살게 구는 것이 되고 만다.

거기다가 이치에 맞지 않는 말 한마디를 내뱉으면 백성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백성들의 입에서는 원망과 비방이 일어날 것이다.

나는 매번 이 이치를 생각하기 때문에 감히 방종하게 굴거나 안일하게 처신할 수가 없다.”


말만 들어도 당 태종이 성군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는 신하들에게 밝은 군주(明君)와 어두운 군주(暗君)의 차이를 묻기도 하였다.

그때 신하인 위징(魏徵)이 대답했다.


“임금으로서 명(明)이라고 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의견을 겸하여 듣는 것을 말하며, 암(暗)이라고 하는 것은 한쪽 말만 믿는 것을 말합니다.

임금이 신하의 말을 잘 듣고 아랫사람의 말을 잘 받아들인다면 제아무리 높은 위치의 신하라도 임금의 이목을 틀어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임금께서도 모든 상황을 잘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임금은 크게 기뻐하였다고 한다.

위징이 아무 거리낌 없이 임금에게 자신의 속엣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당 태종이 평상시에도 신하들의 말을 귀담아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높은 위치에 올라갈수록 대부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말만 듣고 다른 말은 안 들으려고 하는데 당 태종은 달랐던 것 같다.

그는 일단 신하들의 말을 존중했던 명군(明君) 중의 명군이었다.




그러나 당 태종도 어려운 일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통치 10년째 되던 어느 날 신하들에게 나라를 세우는 것과 나라를 지키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이 어려운지 물어보았다.

그때 방현령(房玄齡)이라는 재상은 혼란한 세상에서 힘 있는 자들과 싸워 이겨야 나라를 세울 수 있으니 창업 군주가 더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위징은 혼란한 때 싸움에서 이기면 백성들이 기뻐하며 군주에게 충성을 바치니까 군주로서는 어렵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천하를 얻고 나면 군주가 교만과 안일에 빠지게 되고, 백성들에게 온갖 부역을 시키니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나라는 기울어진다고 했다.

그러므로 창업 군주보다 수성 군주가 더 어렵다고 했다.

당 태종은 껄껄 웃으면서 자신도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게 여겨진다고 했다.

당 태종은 나라를 잘 지키기 위해서 늘 고민하던 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지도자가 그리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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