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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y 15. 2023

모든 책은 감동을 준다


같은 책을 보고도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나뉜다.

어떤 사람은 극찬을 했는데 어떤 사람은 악평을 했다.

그 사이에서 나는 괜히 책 리뷰를 보았다는 후회를 했다.

읽어야 할지 읽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었다.

좋은 평을 내린 사람들과 같은 감동을 받는다면 읽기를 잘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안 좋은 평을 내린 사람들과 같이 아무런 감동도 얻지 못한다면 시간만 날린 기분일 것이다.

읽어야 할까 읽지 말아야 할까의 갈림길에서 나의 선택은 십중팔구 읽는 쪽을 택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책읽기 운동을 시작하던 15년 전부터 지켜오던 하나의 원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 원칙은 책 한 권에서 한 줄만 건지면 된다는 것이다.

한 권의 책에서 한 문장만 얻으면 책값 1만 5천 원이 아깝지 않고, 그 책을 읽은 서너 시간이 아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원칙은 내가 지금까지 책읽기 운동을 이어오는 데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내가 이런 원칙을 세운 이유는 단순했다.

어느 날 이외수 선생이 자신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 밝히는 글을 읽었다.

당시에는 이외수 선생이 쨍쨍하게 활동하던 때였다.

짧지만 강렬한 그의 문장에 깜짝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만들어내었는지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이런 문장을 만들어내는 작가는 어떤 환경을 글을 쓸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외수 선생이 자신의 글방 환경을 공개했다.

사람들이 왜 이외수 선생을 기인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그가 글을 쓰기 위해 글방에 들어가면 그의 부인이 밖에서 문을 잠근다고 했다.

방에 철문을 달아놨는데 그 문을 밖에서 잠그고 하루 세끼 식사를 방에 넣어준다고 했다.

그러면 글방이나 감방이나 다를 게 없을 것 같았다.

그 방에서 이외수 선생은 방바닥에 엎드려서 글을 쓴다고 했다.

불편한 방 안에서 불편한 자세로 처절하게 글을 쓴다고 했다.




아무리 하찮게 보이는 책일지라도 그 책의 작가는 처절한 뭄부림을 쳤을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문장들이 하나씩 엮여서 책이 된 것이다.

그러니 내가 작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문장 한 줄이라도 발견한다면 그건 성공한 책읽기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보다 먼저 읽은 사람들이 작성한 독서 리뷰를 볼 때면 가급적 좋은 평을 내린 사람의 글에 눈이 간다.

이번에 고른 책 <모든 삶은 흐른다>도 그랬다.

프랑스 작가 로랑스 드빌레르의 작품이다.

인생을 바다에 비유해서 쓴 글이다.

추천인들의 글은 극찬 일색이었다.

인터넷 어느 책방에서의 리뷰에는 그와 정반대의 글들도 많았다.

앞뒤 연결도 안 되는데 '인생은 바다이다'라는 식으로 갖다 붙였다는 표현도 있었다.

역시 잠깐 동안 이 책을 읽을까 말까 살짝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의 선택은 긍정 쪽이었다.

책 한 권에서 한 줄만 건지면 되니까 말이다.




책읽기의 경험을 비추어볼 때 책 한 권에서 한 줄의 문장만 건진 경우는 없다.

수많은 문장들을 건진다.

어떻게 이런 표현들을 만들어냈는지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모든 삶은 흐른다>는 첫 장에서부터 밑줄 긋고 싶은 글들이 있었다.

‘바다는 우리에게 소극적인 태도와 좁은 시각에 안주하지 말라고 속삭이고, 저 멀리 있는 세상의 이야기를 몸소 들려주면서 어디든 좋으니 훌쩍 떠나보라고 말한다.’

‘바다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광활한 세계를 선택하고, 끝없이 펼쳐진 것을 좋아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언제나 용기와 도전정신을 불어넣는다.’

‘바다는 자신의 모든 걸 내어주고 포용할 것처럼 보이지만 비밀이 가득하다. 그래서 바다는 언제나 탐구 대상이다.’

‘바다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바다는 누구에게도 소유되지 않고 지배당하지 않는다.’

이런 문장들이 있는데 어찌 감동이 없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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