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이 사회의 가치는 무엇인가?

by 박은석


80대 어르신 서네 분이 목소리를 돋으며 논쟁하고 계셨다.

요즘 그런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과거에는 할아버지들이 “에헴!”하고 곰방대를 만지작거리면 젊은 사람들이 알아서 고개를 숙였다.

큰소리를 치신다고 하더라도 “네 이놈!” 한마디면 족했다.

그런데 요즘은 어르신들이 토론에 열을 올리신다.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식이다.

산전수전 다 겪었으니 인생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나라에 대해서 한마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철철 넘쳐 보인다.

특히 정치적인 이슈가 나올 때면 누구나 한 말씀씩을 하신다.

남자들이 모이면 군대 얘기, 축구 얘기를 한다고 하는데 축구 얘기 대신 정치 얘기를 더 많이 하신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만큼 자신이 속한 사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이다.

정치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자신의 일이며 우리 삶의 일이다.




나도 나름대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갓 스무 살이 지났을 때 한 번은 선거일에 투표를 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때는 내가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떠들던 때였다.

시간이 지나서야 그때의 내 생각이 얼마나 무식했으며 얼마나 무책임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나에게 주어진 한 표를 소중히 여기며 매 선거마다 열심히 투표하고 있다.

내가 기표했던 후보가 당선될 때도 있었다.

그때는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여겼다.

역시 국민들이 깨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원치 않았던 후보가 당선될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내가 표를 준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 중에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이민 가야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내가 지지하지 않은 후보라 할지라도, 내가 보기에 이전보다 안 좋아진다고 할지라도 분명히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고 본다.




나는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온전히 이루었다고 보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도, 영국도, 온전한 민주주의를 이루지는 못했다.

미국의 헌법이 이를 증명한다.

헌법은 그 사회 최고의 법이니까 완벽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미국은 헌법의 내용을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수정하고 첨삭한다.

‘수정헌법’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것들이 그러한 법들이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헌법 전문을 읽어본 적이 있다.

헌법 전문을 보면 대한민국 헌법 정신의 중요한 키워드는 자유와 민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유와 민주를 지키고, 자유와 민주를 추구하는 사회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다.

그래서 자유와 민주가 침해를 받는다고 느껴지면 사람들이 들고일어났다.

우리에게 자유를 달라고 외쳤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어야 한다고 외쳤다.

민주주의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외쳐댔다.




내 곁에서 난상토론을 하셨던 어르신들도 그렇게 외치셨다.

그분들은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고 하셨다.

그런데 보수주의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서 서로 간에 의견이 조율되지 않고 있었다.

한 어르신이 보수의 가치가 무엇이냐고 질문하셨다.

그랬더니 옆에서 다른 어르신이 대뜸 대답하셨다.

“자유, 민주, 자본!”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1789년 프랑스혁명의 구호는 ‘자유, 평등, 박애’였다.

나는 이 정신을 살리는 정치가 민주주의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자유, 민주, 자본은 좀 생뚱맞아 보였다.

자유와 민주는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만 자유와 자본, 민주와 자본은 어색한 동거 같아 보였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들렸다.

사람의 마음은 그 사람의 말로 알 수 있는데 그 어르신의 마음이 무엇에 집중되어 있는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그 순간에 나는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과연 내가 원하는 이 사회의 가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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