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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처럼 연기처럼 조용히 다가가기

<모나리자>를 생각하며

by 박은석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초상화로 알려져 있다.

만약 루브르 박물관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봐야 하는 작품으로 손꼽는다.

나도 오래전에 고작 몇 시간 동안 루브르 박물관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달리다시피 해서 찾아간 곳이 모나리자 앞이었다.

내가 그림 보는 눈이 부족해서 그랬겠지만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일단은 작품의 크기가 너무 작았다.

그리고 모나리자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여겨지지 않았다.

나에게는 아름다움의 기준이 달랐다.

내 곁에 있는 아내가 더 아름다워 보였으니까 말이다.

내 경우만 보더라도 모나리자 작품 속의 실제 인물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미술작품으로서 모나리자가 좋다는 말일 것이다.

모나리자의 실제 모델은 피렌체의 어느 부잣집 부인인 리자 델 조콘도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나리자>에 대한 이야기들은 참 많다.

그중에서도 모나리자의 미소에 대한 이야기들이 단연 돋보인다.

어느 각도에서 작품을 보더라도 모나리자의 미소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원근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먼 곳은 흐릿하게 색칠하고 가까운 곳은 진하게 색칠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시의 화풍에는 원근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는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색상의 농도를 다르게 함으로써 멀고 가까운 거리를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 빈치가 살고 있던 피렌체의 그 당시 화풍은 세밀하게 밑그림을 그린 후에 색칠하는 식이었다.

기본적으로 데생을 완벽하게 한 후에 채색을 했다.

그래서 그림 속의 사물과 사물 사이에는 분명한 구분선이 그어져 있었다.

하지만 다 빈치는 그런 화풍을 따르지 않았다.

다 빈치는 윤곽선이란 것은 원래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항변하는 것처럼 그림을 그렸다.




다 빈치는 색을 미묘하게 변화시켜서 색깔 사이의 경계선을 분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색에서 저 색으로 자연스럽게 번져가는 것처럼 표현을 하였다.

이런 채색 기법을 ‘스푸마토(Sfumato) 기법’이라고 부른다.

진한 선이나 색깔로 사물의 윤곽선을 분명하게 구분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안개에 싸인 것처럼 서서히 사라지고 서서히 드러나게 하는 기법이다.

한쪽은 차차 밝아지고 한쪽은 차차 어두워지는 명암법 비슷한 기법이다.

다 빈치는 그런 기법으로 <모나리자>를 그렸다.

그랬기 때문에 <모나리자>를 보면 그림 속의 인물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지금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올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당시 피렌체의 화가들 사이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을 두고 여러 이야기들을 쏟아냈을 것이다.

선이 분명해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색이 분명해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 빈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 빈치는 스푸마토 기법을 사랑했다.

진하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은 채색법이었다.

다른 색의 영역을 무너뜨리지 않고 조용히 들어가서 함께 어울리는 채색법이었다.

스푸마토(Sfumato)는 ‘연기처럼 사라지다’라는 뜻을 지닌 이탈리아어 ‘스푸마레(Sfumare)’에서 나온 말이다.

동양적인 사고방식으로 본다면 다 빈치는 미술계에서 마치 신선과 같은 경지에 이른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구나 자신의 선을 분명히 하고 싶어 하는 시대이다.

다른 사람과는 확실히 구분해야 된다고 한다.

나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다 빈치는 달랐다.

그는 내 목소리를 크게 내지 말고 조용히 다른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선도 긋지 말고 경계를 세우지도 말라고 한다.

살그머니 찾아가라고 한다.

조용히 다가가라고 한다.

너와 내가 스스럼없이 만나라고 한다.

그러면 그림이 더 선명해진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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