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들의 소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음악의 선율도 중요하지만 어떤 악기로 그 음악을 연주하느냐는 문제도 중요하다.
완벽한 음악이라고 하더라도 그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진다.
조선시대의 예악을 피아노나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면 색다른 느낌이 들기는 하겠지만 예악으로서의 음악성은 살리지 못할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가야금으로 연주한 파일이 있어서 가끔씩 듣고는 있는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든다.
음악은 인류 문명과 함께 발전해 왔다.
그러니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들도 엄청난 발전을 경험하였을 것이다.
아마 전 세계에 존재하는 악기들을 다 모은다면 수천수만 개의 종류는 될 것이다.
그 많고 많은 악기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를 고르라고 한다면 음악가들도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어떤 악기가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지 음악가들에게 물어본다면 대부분의 음악가들은 ‘사람의 목소리’라고 대답할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악기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는 바로 사람의 목소리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피아노의 선율이 더 좋다는 사람도 있고 바이올린 소리가 좋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낮은음으로 긴 여운을 남기는 콘트라베이스나 튜바 같은 악기가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은 음악가들은 자신이 작곡한 음악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음악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떤 때는 여러 악기들이 어우러지는 음악을 만들기도 하고 어떤 때는 피아노나 바이올린, 혹은 첼로 같은 악기가 홀로 연주하는 음악을 만들기도 한다.
음악가들의 꿈은 그런 악기들을 사용하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오케스트라단원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악기 중에서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흡사한 음을 내는 악기가 있다고 한다.
클라리넷이라는 악기이다.
이 악기는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여성의 목소리를 닮은 것 같다.
남성의 목소리도 좋지만 여성의 목소리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뭔가 도와줄 게 없는지 찾아 나서게 만든다.
클라리넷 연주곡을 들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는다.
포근하게 감싸주고 싶은 마음 같은 느낌이다.
음악의 신동이라 불리는 모차르트도 클라리넷 협주곡을 만들었다.
모두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제2악장이 제일 유명하다.
푸른 초원에 온갖 꽃들이 피어있고 새들이 날아다니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천국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한 곡의 음악일지라도 이렇게 하늘나라를 꿈꾸게 하고 이 땅에서의 힘든 일들을 견디도록 도와준다.
한 곡의 음악도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고, 위로해 주고, 힘과 용기를 건네준다.
그 곡을 연주하는 악기가 클라리넷처럼 사람의 목소리를 닮은 악기라고 한다면 그 노래가 한층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그런데 모든 악기 중에 가장 좋은 악기는 바로 사람의 목소리라고 했다.
그래서 사람의 목소리로 노래한 곡들을 들어보면 확실히 뭔가 다르긴 달라 보인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오페라 아리아를 듣게 된다.
오페라 아리아에 대해서 겨우 귀가 트이는가 싶었는데 한 음악가가 나에게 이제는 독일 가곡을 들어보라고 권유했다.
얼떨결에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들어봤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뭔가가 들어 있었다.
오페라 아리아를 들을 때도, 독일 가곡을 들을 때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소리는 바로 사람의 소리임을 알게 되었다.
매일 듣는 사람의 소리가 사실은 가장 귀한 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