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어도 안 되는 것들

by 박은석


어지간한 일들은 마음먹은 대로 된다.

먼저 마음을 먹고 그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면 된다.

하지만 어떤 일들은 마음먹은 되지 않는다.

마음만 먹었지 몸을 움직이지 않았을 때가 그렇다.

마음을 먹고 몸을 움직이지만 마음과 몸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도 있다.

내가 마음을 먹고 힘을 쓰지만 쓰러진 나무를 일으켜 세울 수는 없다.

마음을 먹고 애를 써도 중학생 아이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내가 마음을 먹고 힘써 노력을 해도 이 나라와 세계를 바꿀 수가 없다.

그것뿐이 아니다.

요즘은 내가 아무리 마음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늘어난 뱃살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될 듯 될 듯 안 되고 있는 일이다.

분명히 머릿속으로는 그림이 그려진다.

밥을 조금만 먹고 운동을 하면 쏙 빠질 것 같다.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 그 간단한 일이 간단치가 않다.

밥때가 되면 어김없이 먹게 되고 운동 때가 되면 어김없이 핑곗거리가 생긴다.




혼자 먹는 밥이 아니기에 분명히 말을 한다.

오늘은 간단히 먹자고 말이다.

하지만 내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오늘은 자기가 밥을 사는 날이니까 잘 먹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이들이 많다.

점심은 잘 먹고 저녁은 먹지 말라고도 한다.

자기가 뭐라고 내 밥 먹는 하루 세끼를 쥐락펴락하려고 한다.

아무도 내가 밥 먹는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

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려 놓는다 하더라도 먹는 사람은 나다.

내가 먹는 것은 내가 조절한다.

그래야 한다.

나는 그렇게 마음먹고 산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마음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조차도 내 맘대로 안 되는 때가 있다.

한 숟갈만 뜨고 말겠다고 마음을 먹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을 때가 있다.

눈치 때문에, 분위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마음대로 안 될 때가 있다.

내 몸이 마음의 통제를 벗어나 버릴 때가 있다.

그런 때는 습관적으로,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해 버린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은 마들렌 케이크와 차를 먹는 순간 갑자기 어렸을 적의 추억이 떠오른다.

몸은 이곳에 앉아 마들렌을 먹고 있지만 마음은 마들렌의 향기를 따라서 어렸을 적의 고향 동네로 날아간다.

젊은 아버지 어머니와 사랑했던 사람들을 만난다.

마음을 먹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마들렌 빵 냄새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까짓 냄새가 뭐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향수>라는 소설을 통해서 냄새에 열광하고 냄새에 취하고 냄새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아무리 마음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냄새를 안 맡을 수는 없다.

냄새를 맡는 순간 우리 마음과 몸은 냄새가 이끄는 대로 간다.

마음먹은 대로, 몸이 이끄는 대로 가는 것이 아니다.

냄새가 우리 몸을 지배하고 마음을 지배하고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놀라운 통찰력을 제시해 주었다.




아우슈비츠라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은 아무리 모진 고통이 가해진다고 하더라도 내 마음은 내가 통제한다고 했다.

내 마음이 삶의 의미를 발견해낸다면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하였다.

삶의 의미를 찾고 마음을 독하게 먹었기 때문에 수용소에서 살아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삶의 의미를 찾았지만 아우슈비츠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빅터 프랭클이 수용소에서 살아 나온 이유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했기 때문이다.

마음 하나 고쳐먹었다고 해서 인생이 확 바뀌고 세상이 금세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독하게 먹었지만 세상이 요지부동일 때도 있다.

세상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인생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단지 세상 한복판에서, 인생 한가운데에서 내 마음이 어떤지 살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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