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고 나쁘고는 모두 마음의 문제이다

by 박은석


어쩌다가 아들의 휴대폰을 봤는데 뒷면이 깨져 있었다.

어디에서 떨어뜨렸는지 가느다란 금들이 쫙 퍼져 있었다.

전에도 액정이 깨져서 수리한 휴대폰이다.

이번에도 수리한다면 금액이 꽤 나올 것이다.

이런 경우에 예전 같으면 한소리를 했을 것이다.

아니면 얼굴 표정으로라도 어떤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뒷면이 깨졌지만 휴대폰을 사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면 됐다.

나 스스로도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텔레비전보다도 비싼 휴대폰이다.

컴퓨터보다도 비싼 휴대폰이다.

그런 휴대폰이 깨졌는데도 내 감정이 요동치지 않았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내 마음속에 '어차피 2년 정도 지났는데...'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2년이 지났으니까 중고제품이다.

새 휴대폰을 구입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휴대폰 교체주기가 2년 정도면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그 휴대폰을 처음 구입했을 당시를 생각해 보면 그때와 지금 내가 너무 달라졌다.

그때는 휴대폰이 혹시라도 바닥에 떨어질까 봐서 튼튼한 케이스를 씌우라고 했다.

조심히 다루라고 했다.

휴대폰 보험도 들었다.

덕분에 지난번에 수리할 때 꽤 많은 보상을 받았다.

그때는 분명 깨질세라 깨질세라 조심하고 또 조심히 휴대폰을 다뤘다.

그런데 지금은 깨지거나 말거나 수준이 되었다.

그때와 지금 사이에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시장에 내놓았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때는 새 휴대폰이었는데 지금은 중고 휴대폰이 되었다.

내 마음의 변화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새 휴대폰은 비싸고 귀하니까 조심히 다뤄야 하지만 중고 휴대폰은 값싸고 가치가 적으니까 막 다뤄도 된다는 생각이다.

비단 휴대폰 뿐만이 아니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이런 마음이다.

처음에는 애지중지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폐물 처리한다.




내 마음을 휴대폰에게 빼앗겼던 때가 있었다.

휴대폰만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 휴대폰을 구입하고 소유하게 되자 마음이 바뀌었다.

일단 내 손에 들어오게 되니까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물론 그것 때문에 편리해진 면은 있다.

그렇더라도 내 삶이 더 좋아지거나 더 행복해진 것은 아니다.

휴대폰의 값어치도 달라졌다.

휴대폰이 없을 때는 휴대폰이 너무나 귀한 물건이었는데 휴대폰을 소유한 이후에는 그저 평범한 물건이 되어버렸다.

휴대폰이 변한 것은 아니다.

휴대폰이 나에게 어떤 행위를 표출한 것도 아니다.

휴대폰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달라졌을 뿐이다.

좋고 나쁘고 행복하고 불행하고는 휴대폰에 달려 있었던 게 아니다.

내 마음에 있었던 것이다.

휴대폰이 없어도 내 마음이 좋을 수 있었고 행복할 수 있었다.

휴대폰이 있어야만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는 그 사실을 몰랐다.




지금까지 내가 얻은 것들은 다 이런 패턴을 그렸다.

그것만 얻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서 그것을 얻었다.

특별했던 그것이 평범한 것이 되었다.

그것을 얻었다고 해서 내가 특별히 더 좋아지지는 않았다.

옷이 날개라고 하니까 좋은 옷을 입으면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러나 좋은 옷을 입으니까 날기는커녕 뛰기도 힘들어졌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기름진 음식을 먹으니 살이 찌고 속이 불편해졌다.

넓은 집에 살면 가족과 알콩달콩 재밌게 살 줄 알았다.

그러나 넓은 집을 얻으니까 가족들이 각자 자기 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의식주의 문제가 해결되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의식주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내 마음이다.

좋고 나쁘고 행복하고 불행하고의 모든 문제는 내 마음의 문제이다.

깨달았으니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데 그게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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