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골든타임은 아직 오지 않았다

by 박은석


기대했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제안한 일이 채택되지 않고 내가 지원한 일이 무산되는 일 같은 것이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내가 기대했던 대로 안 돼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를 듣고 나면 기분이 상한다.

사람들이 나를 몰라주는 것 같아 서운하다.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은 감정이 가라앉는다.

내가 이 사회에서 뒤떨어진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라앉은 기분을 띄워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나를 제끼고 내 의견을 채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실컷 욕을 해댄다.

그래봤자 그들이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실컷 욕을 하고 나면 가슴에 맺혔던 게 풀리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다.

치매에 걸려 잊어버리지 않는 한 자꾸만 생각난다.

그럴 때마다 욕을 해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때 내 마음에 떠오르는 말이 있다.

“아직 내 인생의 골든타임은 오지 않았다!”는 말이다.




15년 전에 다녔던 교회의 목사님이 종종 들려주셨던 말씀이다.

현재가 좋은 사람에게는 더 좋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축복의 말씀으로 들렸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조금 기다리면 가장 좋은 시절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해 주는 말씀으로 들렸을 것이다.

그 말을 100% 믿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어느 정도는 그 말에 공감을 한다.

지금까지도 좋은 삶을 살았지만 나중에는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런 희망을 갖고 있으니까 내가 기대했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읊조리며 훌훌 털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려고 한다.

아이돌 가수들은 10대 나이에 성공한다.

획기적인 IT기업의 사업가는 30대 나이에 성공한다.

40대에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50대에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형편없이 실패한 사람이다.




그러나 아직 인생의 결승선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들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살아 있는 한 나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 인생의 진정한 골든타임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튀르키예인이지만 러시아로 망명을 떠난 나짐 히크메트 란(Nazim Hikmet Ran)이 있다.

그의 시 <진정한 여행>이 나에게 큰 격려를 준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이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나짐 히크메트 란 자신도 조국을 떠나 망명길에 나섰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실패했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인생길은 여행길이라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여행길이라면 지금,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는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여행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고 성공적인 여행의 첫 발걸음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내가 내쳐진 것 같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때 기죽지는 말자.

비록 한 개의 길은 막혔지만 내 앞에 여전히 수천수만 개의 길이 놓여 있음을 잊지 말자.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금까지는 연습시간이었고 이제야 비로소 출발선에 선 것이다.

내 인생의 골든타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제야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을 뿐이다.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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