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Jun 20. 2023

오늘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사는 게 최선이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에 대한 책을 읽었다.

당대에 지중해를 둘러싼 지역에서 가장 강한 나라는 누가 뭐래도 로마였다.

그런 로마를 벌벌 떨게 만들었던 인물이 한니발이다.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알프스를 넘어서 로마의 배후를 공격하였다.

그 길을 따라서 군대를 이동시키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더군다나 코끼리 부대까지 거느리고 알프스의 눈길을 넘었다.

그 코끼리를 이용해서 칸나에 전투를 대승으로 이끌었을 때 로마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렇게 승승장구했던 한니발도 자마 전투에서 로마 장군 스키피오에게 대패하고 말았다.

이제 곧 로마를 접수할 것 같았던 기세였지만 자마 전투에 패배한 후 한니발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계속되는 망명길에 만신창이가 되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생을 마감하였다.

한니발의 조국 카르타고도 멸망을 맞이했고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세계 최고의 장군을 무찌른 스키피오는 승승장구했을까?

물론 한때는 대단했다.

하지만 그의 영예도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았다.

고개를 쳐드는 두더지는 망치로 한 대 맞아야 한다는 심리가 로마 원로원 의원들에게도 있었다.

계속되는 원로원의 견제를 견디지 못한 스키피오는 아예 로마를 떠나고 말았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로마보다 캄파니아의 리테르눔이라는 한적한 시골에서 지내기로 했다.

말을 타고 전장을 누비며 적군의 목을 베었던 스키피오였다.

로마의 최고 권력자였다.

하지만 노년의 그는 아담한 농가에 살면서 밭을 갈며 소일거리를 하는 촌로 중의 한 사람일 뿐이었다.

로마의 영광을 위해서 젊음을 불태웠지만 노년의 그는 로마에 치를 떨었다.

죽음이 다가왔을 때 그는 자신을 로마에 묻지 말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조국이여! 그대는 나의 뼈를 갖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니 스키피오의 마음이 어땠을까 싶다.




인재가 많아서 그랬을까?

로마는 스키피오가 없어도 건재했다.

오히려 더 강성해지는 것 같았다.

어디까지나 지중해 지역에서 그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는 거대한 제국을 이루었다.

로마에 대항하는 나라들은 사라졌고 세상은 전쟁이 없는 평화의 상태가 도래한 것 같았다.

로마의 평화(Pax Romana)라는 말은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다.

로마는 영원할 것 같았다.

겉보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안에서는 곪아가고 있었다.

아직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4세기 후반에 로마 제국의 북쪽에 게르만족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게르만족이 거주하던 땅에 훈족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훈족에게 밀린 게르만족은 살기 위해서 로마제국으로 밀고 들어온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데 그 여파로 말미암아 로마는 멸망하고 말았다.

옛 로마의 영토들은 힘 있는 여러 민족들에 의해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로마는 영원하지 못했다.




칭기즈칸의 몽골제국은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한 제국이었다.

그만큼 무섭고 용맹스러운 군대를 거느리고 있었다.

하지만 칭기즈칸의 죽음 이후에 몽골제국은 가장 빨리 멸망한 제국 중의 하나가 되었다.

몽골제국도 영원하지 않았다.

이슬람교를 등에 입은 오스만튀르크도 굉장한 제국을 이루었다.

유럽의 끝 스페인에까지 대단한 영향력을 끼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산업혁명의 기세를 몰아 부자 나라가 된 영국도 엄청났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하며 대영제국이라 불렸다.

영국 여왕의 이름도 승리를 뜻하는 빅토리아였다.

하지만 대영제국도 쪼그라들고 작아졌다.

세상에 영원한 나라는 없었다.

영원한 제국도 없었다.

단지 잠시 동안 힘을 좀 썼을 뿐이다.

지금 힘이 있다고 자랑할 것도 아니고 지금 힘이 없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다.

단지 오늘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게 최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난 시간 동안 나에게 딱 맞는 길을 걸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