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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벅찬 오늘 하루
오늘도 나는 기적의 하루를 살고 있다
by
박은석
Jun 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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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와 배다른 자매들에게 온갖 학대를 당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마법의 힘을 입어 무도회에 참석했다가 왕자를 만난 신데렐라.
밤 12시가 되면 마법이 풀리기에 급히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신데렐라.
벗겨진 유리구두 한 쪽.
그 유리구두를 들고 신데렐라를 찾아서 전국을 헤매는 백마 탄 왕자.
서로 자기가 유리구두의 주인이라고 달려드는 처녀들.
신기하게도 아무에게도 맞지 않는 유리구두.
드디어 찾은 유리구두의 주인 신데렐라.
온 나라에 울려 퍼진 결혼행진곡.
신데렐라와 왕자의 행복한 삶.
‘그리고 두 사람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이야기.
이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는 전 세계의 꼬마 숙녀들은 자신을 궁궐로 인도할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린다.
영화 속 신데렐라처럼 분홍색 드레스를 입어보고 반짝반짝 빛나는 구두도 신어본다.
기적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는 꿈을 꾸며 성장한다.
어린 시절이 지나면 신데렐라의 꿈도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
마법이 풀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신데렐라도 계속 왕자님을 다시 만날 꿈을 꾼다.
현실은 온갖 허드렛일을 해야만 하는 하녀 같은 삶을 살아가지만 꿈은 항상 궁궐로 날아간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 사람이 왕자님일까
?저 사람이 왕자님일까?’ 유심히 살펴본다.
왕자님 같은 느낌이 들지 않으면 이내 고개를 돌린다.
자신은 왕자님을 다시 만나야 하는 운명이기에 아무에게나 눈길을 줄 수가 없다.
왕자님이 신하들을 거느리지 않고 혼자 온다면 과연 왕자님을 알아볼 수 있을까?
왕자님이 백마를 타지 않고 누추한 차림으로 걸어온다면 그분이 왕자님임을 어떻게 분간할 수 있을까?
왕자님을 다시 만나는 꿈은 어떻게 왕자님을 맞이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과 시간과 장소까지 안내한다.
신데렐라가 왕자님에 대한 꿈을 꾸는 동안 왕자님은 어떻게 지낼까?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대로 살아갈까?
그렇지 않다.
왕자님도 신데렐라에 대한 꿈을 꾼다.
하룻밤 잠깐 만났지만 잊히지 않는 그 얼굴, 그 목소리.
어디에선가 사뿐사뿐 걸어올 것 같은 그 모습을 꿈꾼다.
산을 넘으면 신데렐라를 만날 수 있을까?
강을 건너면 만날 수 있을까?
산을 넘는 방법을 터득하고 강을 건너는 법을 익힌다.
언젠가 신데렐라를 만나면 그녀를 궁궐로 안전히 데려올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절차들을 배운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 사람이 신데렐라일까?
저 사람이 신데렐라일까?’ 주의 깊게 살펴본다.
긴 머리 소녀라고 모두 다 신데렐라는 아니다.
유리구두를 신었다고 해서 모두 다 신데렐라는 아니다.
신데렐라는 세상에 오직 한 사람밖에 없다.
아차 하는 순간 그녀가 스쳐 지나가 버리면 다시 그녀를 찾기 위해서 온 세상을 헤매야 한다.
신데렐라가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는 것을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다 보니 백마 탄 왕자님이 보이지 않는 하루하루가 별 의미 없게 느껴졌다.
왕자님이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간 것 같아 보였다.
‘그러면 그렇지! 나는 신데렐라가 아니야! 나에게 기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아!’라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만 생각했을까?
왜 나에게만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신데렐라가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는 것도 기적이지만 백마 탄 왕자님이 신데렐라를 만나는 것도 기적이다.
궁궐 안에 사는 사람이 궁궐 밖의 사람을 만나는 것은 기적 중의 기적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도 기적이지만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도 기적이다.
세상에 하고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 사람이 나를 찾아낸다는 것이 기적이다.
내가 기적을 맞이할 수도 있지만 내가 기적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기적의 하루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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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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