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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n 30. 2023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선뜻 떠오르는 것이 가장 값진 보석일 것이다.

당연히 다이아몬드라고 대답할 것이다.

지금 시대에는 누가 뭐래도 다이아몬드가 가장 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인류 문명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각 시대마다 사람들이 귀하게 여겼던 것들이 달랐다.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발견하기 전에는 당연히 다이아몬드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때는 금이나 은이 최고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금이나 은이 장신구로서는 귀한 대접을 받았지만 전쟁이나 사냥 등 실생활에서는 철이나 구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도 했다.

철기시대에는 철이 인기가 많았고 청동기시대에는 놋이 인기가 많았다.

자연산 돌을 깎아서 도구로 만들어 쓰던 시대에는 어땠을까?

그때는 금이나, 은, 철이나 놋은 필요치도 않았다.

오직 날카롭고 단단하며 손에 잘 잡히는 돌이 최고였다.




유럽에 향신료가 전해지기 시작했을 때는 동일한 무게의 금보다 향신료가 더 비싸게 거래되었다.

커피와 차를 폼나게 마시고 싶었을 때는 도자기 찻잔을 구하기 위해 안달이었다.

지금은 어느 집에나 박혀 있는 유리창도 몸값이 높았던 때가 있었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유리창이 몇 장인지에 따라서 그 집의 경제적인 가치를 평가하고 세금을 높게 책정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의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유리세’라는 세금을 도입하기도 했다.

매일 유리를 대하는 현대인들로서는 과거 한때 유리가 귀하신 몸이었다는 사실이 의아할 것이다.

하지만 그랬던 때가 있었다.

타임머신이란 게 있다면 유리 몇 장을 싣고 그 옛날로 돌아가면 좋겠다.

그러면 아마 유리 몇 장으로 떼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리뿐만 아니라 지금 흔해 빠진 물건들도 한때에는 아주 귀한 물건들이었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그 값어치가 달라진 것이다.




물건들만 가치가 달라진 것이 아니다.

직업의 가치도 달라졌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늘 통했던 것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 문화권에서는 철학하는 사람을 가장 고귀한 사람으로 여겼다.

세계를 제패한 알렉산더 대왕도 술통을 집으로 삼고 거지처럼 살아가고 있는 디오게네스라고 하는 철학자를 찾아가서 배움을 얻으려고 했다.

뭐 필요한 것 없냐는 알렉산더 대왕의 물음에 대왕께서 햇빛을 가리고 있으니 자리를 좀 비켜달라고 했다는 디오게네스의 일화는 유명하다.

우리 조선시대에는 평생 유학을 공부하는 사람을 최고의 선비로 여겼다.

그가 높은 관직에 앉았느냐 그렇지 못했느냐는 그다음의 문제이다.

퇴계 이황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관직을 내려놓고 경상북도 안동의 도산으로 내려가 있었지만 내로라하는 쟁쟁한 사람들이 퇴계를 만나러 도산으로 내려갔다.

지금 같으면 돈도 못 버는 공부를 왜 하냐고 했을 거다.




요즘 아이들에게 최고의 관심은 아이돌 가수이고 최고의 꿈은 건물주가 되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 같은 사람은 그게 무슨 의미냐고 하겠지만 요즘 사람들은 머리 아프게 의미 같은 것을 따지지 않는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배부른 돼지가 좋다고 할 수도 있다.

소크라테스처럼 독약을 먹고 생을 마치는 것보다 잘먹고 잘살다 가고 싶기 때문이다.

무엇이 중요하냐고 물어보면 그때마다 다른 대답이 나온다.

그때마다 중요한 것의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했던 최영 장군은 대단한 사람이었다.

황금도 언젠가는 돌처럼 가치 없는 물건이 될 수 있고 돌도 언젠가는 황금처럼 비싼 값어치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최영 장군은 일찌감치 깨달았던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멀리 있지 않다.

내 곁에 가까이 있는 것들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임을 깨닫는 날이 언젠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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