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쟁상대였던 아버지

by 박은석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끊임없이 누군가와 경쟁하는 사회이다.

마음씨 좋고 양보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경쟁하는 마음이 있다.

더 많이 가지려고 경쟁하고 더 유명해지려고 경쟁한다.

좋은 일을 가지고도 경쟁하고 안 좋은 일을 가지고도 경쟁한다.

개인적으로도 경쟁하고 집단적으로도 경쟁한다.

남자와 여자 중에 누가 경쟁심이 강하냐고 분석할 필요가 없다.

남자나 여자나 경쟁심이 강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쟁심은 살아가면서 배우기도 하지만 태어나는 순간부터 타고나는 것이기도 하다.

성경 창세기에는 이삭과 리브가 부부에게 쌍둥이 아들이 태어나는 장면이 나온다.

먼저 나온 아기는 에서이고 나중에 나온 아기는 야곱이다.

그런데 나중에 나온 아기인 야곱이 먼저 나온 아기 에서의 발꿈치를 잡고 나온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쌍둥이가 경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쟁하는 마음은 우리의 본성이다.




심리학자들은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쟁 상대를 느낄 때가 있는데 남자아이는 자기 아버지를 그 대상으로 삼고 여자아이는 자기 어머니를 그 대상으로 삼는다고 한다.

학자들이 그렇게 말을 했으니까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아들이 아직 어렸을 때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딸은 아빠 편이니까 제쳐두고 아들에게서 어떤 낌새가 있나 살펴보았다.

나를 경쟁상대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도 했다.

다행히 내 아들은 성품이 착해서 그런지 나를 경쟁상대로 보는 것 같지는 않다.

가끔 집에 벌레가 들어왔을 때 단번에 벌레를 잡아내는 것 정도는 경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빠가 그런 것은 잘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면 뭐 망가지거나 고장 난 것을 뜯어보고 고쳐낼 때 아빠가 자기보다 잘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경쟁에서 아빠를 능가할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다.

늘 나의 독주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나는 어렸을 때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 나도 역시 아버지를 경쟁상대로 삼았었다.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와의 경쟁 중 가장 어렸을 적의 일은 팔씨름이었다.

동네에서도 팔 힘이 세기로 이름났던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와 팔씨름을 해서 이긴다는 것은 영웅 탄생의 드라마이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아버지를 이겨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한 손으로 안 되니까 두 손으로 아버지의 손을 눕히려고 했다.

오른손으로는 이길 수 없으니까 왼손으로 다시 하자고 했다.

애석하게도 단 한 번도 아버지를 이긴 적이 없다.

물론 아버지가 일부러 져준 적이 있기는 하다.

내가 두 손 들고 만세를 외쳤지만 그건 승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넘기에는 너무나 큰 벽처럼 여겨졌다.

혹시 슈퍼맨이 우리 아버지의 모습으로 변장한 것은 아닌지 엉뚱한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능력자 아버지 옆에서 주눅 들 때도 있었다.




내 머리가 커지면서 슬슬 아버지가 능력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보다 조금 힘이 세기는 하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언젠가는 넘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아버지와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것이.

나는 모든 면에서 아버지를 능가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아버지를 보니까 내 아버지가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더 자세히 보니까 아버지는 능력이 없었다.

아버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버지가 없더라도 우리 집을 잘 지킬 수 있을 것 같고 아버지가 없더라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버지보다 내가 더 젊고 똑똑하고 많이 배웠으니까 충분할 줄 알았다.

아버지가 떠나신 후에야 깨달았다.

내가 아버지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시간이 흐를수록 느낀다.

아버지만큼만 할 수 있다면 그건 성공한 인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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