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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Oct 10. 2020

그것 좀 못하면 어때서


칼 월렌다(Karl Wallenda)라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공중곡예사가 있었다. 73세가 될 때까지 숱한 공연에서 실패한 적이 없는 전설적인 외줄타기 선수였다. 

하기는 외줄타기에서 실패했더라면 73세까지 살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덧 서커스에서 은퇴할 나이가 되었다. 

그는 푸에르토리코 선후안에 있는 계곡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고 은퇴선언을 하기로 했다. 


월렌다의 마지막 공연을 보기 위해서 사람들도 많이 몰려들었다. 

관중들의 환호 속에 줄타기를 시작한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외줄의 중간까지 가서 몇 가지의 동작을 보여주었다. 그다음 반대편으로 건너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에게는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다. 

그런데 순간 아차 하는 사이에 그만 중심을 잃고 수십 미터 높이의 줄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여러 날이 지난 후 그의 아내는 남편의 마지막을 회상하면서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고 하였다. 

남편은 공연을 앞두고 굉장히 긴장했었다고 하였다. 

전에는 어떻게 하면 줄을 잘 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했는데 은퇴공연이어서 그런지 “이번에 실수하면 안 돼. 실수하면 안 돼.”하는 말만 계속 중얼거렸다는 것이다. 

자기가 보더라도 남편은 너무나 성공하고 싶어서 공연 자체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하였다. 

아마 그 여파 때문에 남편이 실패한 것 같다고 하였다. 


우리는 전문적인 훈련을 계속 받아서 숙달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몸이 반응을 하여 실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심한 심리적인 압박으로 걱정에 휩싸이다보면 늘 하던 일도 그르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를 ‘월렌다 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꿈꾸며 살아간다. 

공부에서 성공해서 좋은 학력을 얻으려고 한다. 업무와 사업에서 성공해서 높은 직급에 오르고 큰 사업체를 만들려고 한다. 인간관계에 성공해서 많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우러러보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건강관리에 성공해서 언제나 팔팔하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살아가고 싶어 한다. 

만약 실패하면, 루저가 되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인생이 온통 전쟁터이다. 

지금까지 성공했냐고 물어보면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겸손한 말인지 아니면 자기가 한 말을 기억 못 하는지 모르겠다. 

실패하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살아남았으니까 그러면 지금껏 성공한 것 아닌가?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면 도대체 무엇을 성공이라고 생각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은퇴공연이라고 꼭 그 위험한 계곡 위에서 멋들어지게 마무리해야만 했을까? 그래야만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냥 시늉만 했어도 관중들은 환호를 했을 것이다. 73세까지 했으면 됐지 않은가? 

야구선수의 은퇴식을 보면 마지막으로 타석에서 공을 칠 수 있게 해 준다. 

투수는 아주 평범한 공을 던진다. 그런데 타자는 제대로 공을 치지 못한다. 

삼진, 땅볼, 뜬공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면 또 던지고 또 치기도 한다. 안타를 만들어주려고 그러는 것이다. 

너무나 웃기면서 눈물이 난다. 

선수들이나 관중들이나 은퇴하는 선수가 홈런을 쳐야 성공적인 마무리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 좀 못하면 어떤가? 지금까지 잘해왔지 않은가? 

실수 좀 하면 어떤가? 살아있으면 된 것 아닌가? 


실패? 언제 실패해 본 적은 있나?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기운을 내자. 

그리고 오늘은 나에게 응원 좀 보태주자. 

“됐네. 됐어. 그 정도면 됐어. 아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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