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5학년 때 현미경으로 양파 세포를 관찰하였다.
난생처음 현미경의 기능을 알게 되었고 양파 세포의 모양을 보게 되었다.
마침 집에 현미경이 하나 있었다.
월부로 책을 구입하는 것을 좋아하셨던 아버지께서 무슨 전집을 구입하셨는데 덤으로 현미경을 하나 얻게 되었다.
나는 학교에서 관찰했던 것처럼 양파 껍질을 떼어서 현미경의 유리판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두 눈을 현미경에 갖다 댔다.
신기했다.
맨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세포들의 모습을 아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세포의 세상을 보게 되었다.
손톱만 한 아주 작은 세포였지만 현미경을 통해서 보았더니 내 눈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 넓은 세상이 그 안에 숨어있었다.
그 신기한 세상을 알고 싶어서 자꾸 현미경을 들여다보았다.
내친김에 마당과 텃밭에 있는 이파리들을 하나씩 떼어와서 현미경에 올려놓았다.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았다.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어느 관광지에 들렀더니 망원경이 놓여 있었다.
관광객을 위해서 동전을 넣으면 몇 분 동안 볼 수 있도록 설치한 것이었다.
망원경으로 보면 멀리 있는 것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또렷하게 볼 수 있다는 말은 익히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망원경을 볼 기회는 없었다.
과학동화전집을 구입해도 망원경은 딸려 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곳에 근사한 망원경이 있었다.
동전을 넣고 두 눈을 망원경에 갖다 댔다.
신기했다.
정말로 망원경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을 내 눈앞으로 데리고 왔다.
맨눈으로 봤을 때는 아주 작은 물체였지만 망원경을 통해서 보았더니 내 눈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맨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흐릿한 것들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그 멀리 있는 사람에게 소리 지르고 싶었다.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내친김에 그 먼 곳의 풍경을 싹 훑어보았다.
집들도 보았고 사람들도 보았다.
현미경으로는 작디작은 세상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
더 좋은 현미경으로는 더 작은 세상을 볼 수 있다.
아주 가느다란 머리카락 한 올 안에도 무궁무진한 우주가 들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안에서 소인국의 나라를 찾아보려면 한세상이 지나도 부족할 것이다.
조금만 더 자세히 보자, 조금만 더 자세히 보자 하는 마음이 연이어 일어난다.
한번 현미경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면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망원경으로는 멀고 먼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더 좋은 망원경으로는 더 먼 세상을 볼 수 있다.
먼 동네를 볼 수도 있고 달나라를 볼 수도 있다.
새벽의 샛별을 들춰보고 숨어있는 화성인을 찾아보게도 한다.
은하수 건너에 있는 견우와 직녀를 찾아보려면 한세상 다 보내도 부족할 것이다.
조금만 더 멀리 보자, 조금만 더 멀리 보자는 심정이 그치지 않는다.
한번 망원경 속으로 들어가면 여간해서는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아주 작은 세상과 아주 큰 세상 사이에 있다.
아주 작은 세상 속에서 내가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아주 큰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내 삶을 이 잡듯이 현미경으로 깊이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내 삶이 얼마나 큰지 망원경으로 확대해서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
현미경으로 보이는 세상을 몰라도, 망원경으로 보이는 세상을 몰라도 내가 살아가는 데는 지장이 없다.
내 눈을 현미경의 작은 렌즈에 고정하지 않아도 된다.
망원경의 큰 렌즈에 내 눈을 갖다 붙이지 않아도 된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잘 보기 위해서라면 내 눈에 맞는 렌즈 하나만 있으면 된다.
내 눈에 맞는 안경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
현미경을 모를 때에도 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망원경을 모를 때에도 사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한세상 살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