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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l 21. 2023

묵묵히 글을 쓰다 보면 글이 될 것이다


유명한 미술가는 완성된 작품뿐만 아니라 습작으로 대충 그린 스케치마저 유명세를 얻는다.

피카소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책들을 보면 피카소가 연필로 그린 습작품들도 실려 있다.

위대한 작품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연습을 통해서 완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습작품들은 그 작가가 어떠한 과정을 거치면서 작품을 완성시켜 갔는지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피아노 앞에 앉아서 땡가땡가 건반을 누르다가 보면 한 줄의 악보가 만들어지고 한 곡의 노래가 만들어진다.

처음부터 완벽한 곡을 지어내는 작곡가는 없다.

수없이 갈고닦아서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거대한 대리석도 처음에는 밋밋한 돌덩이로 보일 뿐이지만 망치로 두드리고 정으로 쪼고 끌로 다듬다 보면 아름다운 조각상이 만들어진다.

그러니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행해지는 모든 행위들은 다 중요한 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써서 한 편의 작품을 만드는 일도 오랜 시간 동안 반복하고 새롭게 시도하는 일들이 모여서 완성된다.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을 수필이라고 하지만 정말 붓 가는 대로 쓸 수 있는 수필은 없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면서 한 문장을 쓰고 한 문단을 쓰고 한 편의 글을 쓰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글을 잘 쓰니?’라고 말들을 하지만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다.

쓰고 쓰다 보니까 잘 쓰게 된 것이다.

조선시대 양사언의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는 시가 잘 대답해 준다.

글을 잘 쓰기 위한 비법이 있다면 그 첫 번째 비법은 바로 무조건 글을 쓰는 것이다.

글 한 줄 쓰지 않으면서 글을 잘 쓰기 원하는 것은 도둑놈의 심보다.

미술가가 스케치하듯이 음악가가 건반을 누르듯이 글도 쓰고 또 쓰다가 보면 작품이 된다.




대학생 때 우연히 한 문학강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에 영화와 책으로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던 작가가 등단했다.

베트남전쟁의 이야기를 우리 식으로 해석한 <하얀전쟁>의 작가 안정효 선생이었다.

개인적으로 안정효 선생이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착잡했었다.

어쨌든 그날 안정효 선생은 자신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 짧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의 주머니에는 늘 수첩과 펜이 있다고 했다.

잠자리에 들 때는 머리맡에 메모지와 볼펜을 준비한다고 했다.

거기에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 놓는다고 했다.

예를 들면 시장에 가서 이곳저곳 좌판을 들여다보다가 시장바닥에 앉은 아주머니를 보면서 느낀 감정들을 속사포처럼 메모한다고 했다.

그 메모지들이 나중에 글을 쓸 때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위대한 작가들도 끊임없이 글을 쓰면서 글을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그때 잘 알게 되었다.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은 책으로 출간될 때마다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를 오늘날 세계 최고의 작가라고 불러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의 책들을 읽을 때마다 ‘어쩌면 이렇게 상상력이 풍부할까?’하는 생각을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마구마구 쏟아져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그의 상상력들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그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하며 정리하고 정리한다.

자신의 생각을 적은 메모들을 엮어서 <상상력 사전>이라는 책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끄적거린 메모들도 모이고 모이면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3년 전부터 시작한 매일 한 편의 글쓰기가 어느덧 1천70편이 다 되었다.

A4용지 1,700장이 모여졌다.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묵묵히 글을 지어가다 보면 글이 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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