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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ug 01. 2023

책 읽기도 중독될 수 있을까?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다.

아마 안중근 의사는 책 읽기에 중독이 되었던 것 같다.

얼마나 책을 많이 읽으면 안중근 의사처럼 말을 할 수 있을까?

과연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몸에 이상 증세가 오는 그런 경지를 나도 경험할 수 있을까?

15년째 1년 200권 책 읽기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책을 안 읽은 날이 있다고 해서 입에 가시가 돋친 적은 없다.

그런데 책을 안 읽고 지나가면 그날은 뭔가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는 한다.

처음에는 1년에 200권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책을 읽었다.

내가 세운 목표를 여러 사람에게 떠벌였기 때문에 사람들을 의식해서라도 읽으려고 했다.

1년에 200권을 읽으려면 한 달 평균 17권을 읽어야 한다.

1주일에 4권이다.

이 일이 가능할지는 긴가민가했다.

그래도 도전하고 도전하다 보니까 얼추 1년에 200권 정도는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1년, 2년, 3년 이어가다 보니까 책 읽기가 목표가 아니라 일상이 되었고 습관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태가 조금 심해졌다.

책 읽기도 중독되는 것 같다.

내 증세를 보면 일단 밖으로 나갈 때는 전자책 TTS 서비스를 듣는다.

밀리의 서재와 교보문고 그리고 예스24의 어플 중에서 하나를 택한다.

밖에서 들어와서 컴퓨터 앞에 앉으면 성남시, 용인시, 화성시, 경기도의 전자도서관 홈페이지를 방문한다.

카테고리별로 내가 빌릴 수 있는 책들을 살펴본다.

10권 정도 대출을 받는다.

전자도서관 서재에 10권 정도 저장해 둬야 마음이 든든하다.

한 달 도서비로 나가는 돈이 너무 많다 보니까 전자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책값이 아낄 수 있어서 좋기는 하다.

하지만 책을 소장하고 싶은 욕심을 완전히 잠재울 수는 없다.

전자책으로 읽으면서도 꼭 갖고 싶은 욕심이 나는 책은 따로 종이책을 구입한다.




중독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중독물의 사용 빈도수도 늘어나고 중독물의 양도 늘어난다고 한다.

나의 책 읽기도 그런 증세를 띠고 있다.

1년 200권 읽기 운동이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바뀐 지 3년째가 되었다.

한 달에 17권 읽기 목표였던 것이 이제는 한 달에 30권 정도로 늘어났다.

한 번에 한 권만 일지 않고 여러 권을 들춰본다.

재작년에 306권으로 마쳤는데 작년에는 327권으로 마쳤다.

올해는 사정상 작년만큼은 못 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년에는 5월까지 읽은 책이 137권이었다.

올해는 같은 기간에 124권을 독파했다.

6월까지 읽은 책은 작년이 166권이었고 올해가 151권이었다.

따라잡기 힘들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약발이 떨어진 것인지 7월 들어서 엄청난 양의 책을 읽었다.

사실 작년 7월에도 33권을 읽었으니까 적은 양은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 7월에는 무려 44권을 읽었다.

독서 목록을 살피는 나도 놀랐다.




중독자들은 한 가지 중독으로 시작해서 중독물을 갈아탄다고 한다.

점점 독한 중독에 빠져드는 것이다.

나의 책 읽기도 그런 경향을 띠고 있다.

처음에는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들을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 고전, 역사, 철학 같은 무거운 책으로 갈아타고 있다.

얇은 책에서 두꺼운 책으로 바뀌고 있다.

그 정도는 읽어야 양이 차는 것 같다.

시험 삼아 1시간에 몇 페이지 정도 읽는지 오늘 테스트해 봤다.

책 읽기 운동을 시작할 때는 1시간에 30-40페이지 정도였다.

얼마 전에는 1시간에 100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시간을 재보니까 1시간에 250페이지 정도 읽고 있었다.

책 읽느라 이상해져 버린 나를 보았다.

언제 내가 이렇게 심한 상태에 빠져버렸는지 나도 모르겠다.

중독이 맞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변해가는 내 증세를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다.

중독은 치료받아야 한다는데 이제 이걸 어쩌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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