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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ug 03. 2023

후회할 일 때문에 복 받을 수도 있다


아버지는 나에게 “걸 걸”거리지 말라고 하셨다.

아버지의 주된 교육 내용 중의 하나였다.

“~할 걸” “~했으면 좋았을 걸” 같은 말을 하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후회할 일을 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강한 가르침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기대하는 아들이었으니까 후회할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고 또 마음먹었다.

그런데 마음먹었다고 해서 후회할 일을 안 했냐면 그건 아니다.

후회할 일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왜 내가 그랬을까?

그렇게 하지 말았으면 좋았을 걸’ 자책하곤 했다.

후회할 일을 했다는 게 창피했다.

부끄러워서 견디기 힘들었다.

꼭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련해서 그랬다.

내가 의지가 약해서 그랬다.

내가 상황 판단을 잘못해서 그랬다.

그렇게 나 자신을 자책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자기 스스로 자신을 비판하는 자아비판의 시간이 있다고 했는데 나도 후회하면서 자아비판의 시간을 가졌다.




후회할 일을 한 것은 안 좋은 줄 알았다.

후회할 일을 하는 것은 반듯하게 갈 길을 괜히 돌아서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에너지를 소비하고 시간과 재물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여겼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지만 다음에는 절대로 후회할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그다음에 그와 비슷한 일이 펼쳐졌을 때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이전에 후회했던 일들을 만회하려고 했다.

성공적으로 일이 끝났을 때는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이전에는 후회할 일을 했기에 사람들 앞에 고개를 들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똑 부러지게 일을 했기에 자랑스럽게 얼굴을 치켜들 수 있었다.

한번 후회할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워졌고 더 열심을 냈다.

그런 노력의 덕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애초부터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나중에라도 이만큼 했으니 다행이었다.

앞으로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후회할 일을 하지 않고 단번에 잘할 수 있을까?

나도 그런 방법을 배우고 싶지만 그런 방법은 없다.

사람은 후회할 짓을 하면서 후회하지 않을 일을 한다.

실수를 통해서 배우고 일을 그르치면서 배운다.

사실 그런 선택을 할 당시에도 신중했다.

그때는 그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뭔가 안 맞았다.

상황이 안 맞았을 수도 있고 결과가 생각만큼 좋았던 것도 아니다.

그래서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실수라고 어기게 된 것이다.

다시 한번 선택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면 그건 잘못된 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

최선의 결정이었다.

실수라고 할 수 없다.

최선을 다했을 수 있다.

결과가 그렇게 나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선택 당시 결과는 미래의 일이다.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미래의 결과를 가지고 성공이나 실패를 운운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진인사대천명이다.




후회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그 일의 결과는 아직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중간 결과이다.

중간 결과가 안 좋게 나왔더라도 최종 결과는 좋을 수 있다.

중간 결과를 가지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니까 후회할 일을 하지 말라고 다그치게 되는 것이다.

그 말이 듣기 싫어서 많은 사람들이 후회할 일을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하고 자기 인생에 뛰어든다.

자기는 절대로 지나간 날들을 후회하지 않겠다고 장담한다.

그랬다고 해서 정말 후회하지 않을까?

그건 아니다.

후회하지 않겠다며 자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것과 같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다니엘 핑크는 자신의 삶에서 후회했던 순간들을 돌아보니 그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후회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썼다.

그리고 나는 그 책을 읽으면서 후회할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과 후회할 일 한 것 때문에 복 받았다는 생각 사이를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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